[차관칼럼]

4차 산업혁명, 도약이냐 도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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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우리 국민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눈을 뜨게 만든 각성제였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금, 기업과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어젠다 선점 경쟁을 벌이며 이제는 어디서나 '4차 산업혁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연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도 인공지능 비서와 홈 로봇, 자율주행차가 핵심 화두가 된 것처럼 상상 속의 기술들이 상용화를 바라보고 있지만, 첨단기술의 향연만으로 '혁명'을 논하기는 일면 부족해 보인다.

그간 인류는 증기기관이 촉발한 1차 산업혁명, 전기에너지를 토대로 대량생산을 가능케 만든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반을 둔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삶의 방식과 수준에 관한 퀀텀 점프를 단계별로 거듭해왔다. 이러한 진화를 관통하는 특징으로부터 '혁명'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의 '혁명'은 이전의 모든 관습이나 제도, 방식의 근본적이고 질적인 전환이다. 따라서 산업혁명은 비단 기술과 산업의 혁신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진화하는 전 인류적인 삶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네 번째 산업혁명을 촉발한 근본 요인은 인공지능 기술과 'ICBM'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data), 모바일(Mobile)이 결합한 이른바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이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이어지는 초연결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생성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필요한 최적의 판단을 언제 어디서나 제공해 주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이러한 작동원리와 서비스가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든 사회가 바로 '지능정보사회'다.

지능정보사회를 향한 변화의 속도는 과거 어떤 사례와도 비교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라디오'는 38년, '페이스북'은 1년이 걸렸고, 모바일과 증강현실이 결합한 신개념 게임 '포켓몬고'는 단지 19일 만에 해냈다.

정부도 이런 변화 속에 중심을 잡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난해 말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산업은 물론 고용.교육.복지.국방을 아우르는 경제, 사회 각 영역의 변화상과 발전방향을 예측함으로써 우리 국민과 기업, 정부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불확실성을 줄이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은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175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ICT 발전지수'에서 2014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6년간 1위를 지켜왔다. 반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4차 산업혁명 준비지수는 대만(16위)보다 뒤떨어진 25위에 그쳤다.
컨설팅기업 맥킨지 추산 2030년까지 460조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지능정보사회의 도래를 앞두고, 대한민국이 성장과 도태의 기로에 서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이제 가능성과 한계가 무엇이지 명확히 깨닫고,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 지능정보사회로 연착륙하기 위한 실행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민관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