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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내수 키워야 환율 시비 벗어난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4 17:12

수정 2017.02.14 17:12

[여의나루] 내수 키워야 환율 시비 벗어난다

미국 우선주의에서 출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선언 등 지난 70여년간 유지돼왔던 세계시장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환율 평가절하를 통해 세계시장을 농락해왔고, 독일은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금융가는 '트럼프 환율 리스트'의 다음 경고 후보국으로 한국, 캐나다, 멕시코를 꼽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큰 교역 상대국으로 특히 한국은 원화가 6%나 저평가돼 있어 그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2015년 제정된 미 교역촉진법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은 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순매수 달러 규모 GDP 대비 2% 초과(반복적 외환개입)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지난해 10월로 무역수지, 경상수지 요건을 충족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환율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당면과제로 올 4월로 예정된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는 일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대미흑자 감축 강구와 대외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은 2014년 6월 말 4조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을 최근 3조달러 이하로 감소시키는 등 위안화 절상을 하며 미국 공세에 대비해오고 있다. 독일도 총리가 직접 나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등 외환시장 개입을 강력 부정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등 친외교를 통해 자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국이 환율조작국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경상수지 대비 대미흑자 비율은 7.9%로 다른 환율감시국가인 중국 2.4%, 일본 3.7%, 독일 2.4% 등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발표할 4월까지는 불안정한 국내 정치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최근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대응의 허점을 보면서 정책대응 능력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해가기 위한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체제로 태스크포스를 시급히 구성하고 외교 및 통상채널을 최대한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미 국제위원회(ITC)는 2015년 283억달러의 대한 무역적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없었다면 440억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분석해 미국도 한·미 FTA 수혜자 인정(산업부), 연간 7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미국산 군수품 구입(국방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1조달러대 인프라 투자에 한국기업의 참여(국토부),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한·미 동맹 필요성(외교부) 등 담당부처의 대응논리 개발로 트럼프 정부를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대응과 병행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을 줄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가능하면 수입선을 미국으로 돌린다든가 에너지 비축을 위한 대미 수입 확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를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 중심에서 내수가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내수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환율공세를 우리 경제구조 전환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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