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환율전쟁’ 치를 준비는 돼있나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4 17:12

수정 2017.02.14 17:12

[차장칼럼] ‘환율전쟁’ 치를 준비는 돼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환율전쟁은 스타일이 다르다. 첫째, 공격적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이 수년간 환율을 조작했다. 미국은 바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서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임을 명시해 "우리는 결국 평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다. 훨씬 빨리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강도가 세고 속도도 빠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트럼프 보호주의(환율조작국 지정 등)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다"고 했다. 어디로 튈지 예측도 어렵다. 명확한 것은 한국, 대만 등 신흥시장 쪽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둘째, 모순적이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국력과 견조한 경제를 상징하는 강달러를 지지해왔다. 트럼프가 이를 깼는데, 오로지 그의 정책기조 '미국 우선주의'에서다. 트럼프는 세금 감면, 재정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 금리도 압박한다. 미국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미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고, 올해 세 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미국으로 자금이 빨려들면 달러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

셋째, '힘'을 내세운 압박이다. 기축통화국의 횡포다. 경제.군사 패권국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화폐전쟁' 저자인 쑹훙빙은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달러는 일종의 차용증서다. 모든 차용증은 날마다 이자가 붙는다"고 했다. 달러의 절대권력, 미국의 금융패권에 대한 날선 비판이다. 미국은 늘 승자였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달러를 대량으로 풀었다. 통화가치는 떨어졌다. 일본, 유럽도 미국식으로 돈을 풀어 자국 통화절상을 막았다. 중국은 위안화를 대폭 절하했다. '이웃국을 가난하게 만드는' 환율전쟁으로 확전됐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2월 상하이 회의에서 '경쟁적 통화절하 자제'를 약속, 휴전에 들어갔다. 1년도 안돼 트럼프가 판을 흔들었다.

환율전쟁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각자도생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은 환율조작국 직전 단계다. 이미 미국 재무부의 지정요건 두 가지(①연간 대미 무역흑자 300억달러 ②경상흑자 국내총생산 대비 7.9%)에 걸렸다. 환율조작국으로 '찍히면' 화폐주권을 상당부분 제한받는다. 중국, 일본을 비껴서 한국이 타깃이 될 수 있다. 이 상황에 우리 정부는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걱정스럽다. 우리는 20년 전 정부의 무능과 엉터리 외환관리 탓에 환란을 겪은 바 있다. 지금은 어떤가. 환란의 안전판인 통화스와프는 부실하다. 미국, 중국, 일본 3대 결제통화국과는 외교.안보 갈등에 협상이 올스톱 상태다. 탄핵과 조기대선, 정부 조직개편 등에 관가는 뒤숭숭하다.
그 사이 트럼프의 환율조작 칼날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다. 두려운 것은 정부의 오판이고, 아쉬운 쪽은 우리다.
'원화'는 약자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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