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신뢰받는 질병관리본부 기대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6 17:25

수정 2017.02.16 17:25

[기자수첩] 신뢰받는 질병관리본부 기대

"이번 국민인식조사 결과 공개는 모든 걸 사실 그대로 밝히고,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해 국민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관계자는 지난 14일 발표한 '2017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이같이 말했다.

2017 국민인식조사는 국가 방역체계의 컨트롤타워로서 질본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을 조사한 내용이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질본이기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내용은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2004년 출범한 질본에 대해 아예 모르는 국민이 절반을 넘었다.

질본을 안다는 사람들의 신뢰도 조사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불신한다(55.9%)'는 응답이 '신뢰한다(25.6%)'는 응답보다 2배나 높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컨트롤타워로서 위기대응에 대한 평가도 '잘못한다'는 응답이 무려 64.0%에 달했다.

이는 그동안 있었던 방역문제에서 질본의 역할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본은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질타의 대상이 됐다.

다만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질본이 부정적 인식조사 결과를 스스로 배포하고, 반성 의지를 나타낸 것은 고무적이다. 사실 공무원들은 좋지 않게 나올 자료는 조사하지 않으려고 하고, 조사를 혹시 하더라도 비공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질본 내부에서도 비공개 관련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되면서 이번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질본이 존재하는 이유는 방역체계를 통한 국민안전 확보와 전염병 발생 시 안전지침 제시로 볼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만 보면 질본이 전염병과 관련해 어떤 안전지침을 제시해도 국민은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질본에는 뼈아픈 결과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수긍하고, 공개한 것처럼 국민과 소통을 지속해간다면 질본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국민도 질본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에 대해 '국민 인식 확대'를 가장 우선순위에 뒀다.
앞으로 질본의 이런 노력이 지속돼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 방역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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