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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 대통령 '분노의 75분'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7 17:21

수정 2017.02.17 17:21

[월드리포트] 트럼프 대통령 '분노의 75분'

"내일이면 그들(언론사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언론을 향해 호통치고 발광한다'고 얘기하겠지만 난 호통치고 발광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단지 당신들(기자들)이 부정직하다고 얘기하는 거다."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찬 75분간의 기자회견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심한 듯 내놓은 '혼돈' '엉망진창' '가짜 뉴스' '아수라장' 등 거침없는 표현과 전투적 태도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CNN은 '트럼프의 거친 기자회견-역사상 놀라운 순간'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았고, 워싱턴포스트(WP)도 "놀랄 만한 일"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비정상적으로 원색적이고 분노에 찬 방어로 일관됐다"고 표현했다.


트럼프의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마저 충격적이고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공화당 하원의원은 하원 내 헬스클럽에 있던 의원들이 운동하다 말고 모두 기자회견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TV에서 그럴 것이 아니라 치료사를 만나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더 좋아하게 될 것이고, 싫어했던 사람은 더 싫어할 것이다. 중간 지점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 우리 의회처럼 이 사태를 '뉴노멀'로 바라볼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러시아 커넥션'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도 100%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당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기자회견을 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전부터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를 의심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문제로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 플린이 트럼프 행정부 취임 전인 지난해 말 NSC 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전화 및 문자로 접촉하면서 대러제재 해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해 폭로되면서 지난 13일 사임했기 때문이다. 플린 사임 이후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트럼프의 '러시아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정보기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플린뿐 아니라 트럼프 대선 캠프 인사들과 트럼프 측근들이 대선 이후는 물론이고 대선 이전에도 러시아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대선 승리를 위해 러시아를 끌여들였다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트럼프를 당장 탄핵하라(#ImpeachTrumpNow)'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탄핵서명 웹사이트(https://impeachdonaldtrumpnow.org)에 16일 현재까지 87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16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도박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사임이든 탄핵이든 트럼프의 중도퇴진 배당률을 11대 10으로 제시했다. 배당률이 11대 10이란 것은 10달러를 걸어서 맞히면 11달러를 준다는 것으로, 중도퇴진에 베팅한 사람이 많아 배당률이 매우 낮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언론,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접촉 등 '기밀정보를 유출하는' 정보기관, '엉망진창인 상황'을 물려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돌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취임 후 지난 3주가 3년 같다고 피로감을 호소한다. 일각에서는 개혁에 뒤따르는 변화 과정이라고 옹호하며 남은 임기를 지켜보자고 한다.
트럼프가 추진하려는 정책들이 국민을 위한 '진짜 개혁'인지, 언론 보도가 악의적 '가짜 뉴스'인지 검증할 기간은 아직 충분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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