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재용 구속 '위기의 삼성'] 오너십 부재로 미래사업 급제동.. 지배구조 재편도 올스톱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9 16:58

수정 2017.02.19 22:13

(上) 삼성 ‘삼각 경영’ 축이 무너진다
총수-미전실-전문경영인 삼각편대 제대로 작동못해
DS.IM.CE가 조화 이루던 삼성전자도 신사업 멈칫
비상경영 위한 ‘플랜B’ 부재.. 그룹 미전실 역할 커질 듯
삼성이 멈춰 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이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오너십 공백으로 삼성은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일상 경영활동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중단됐다. 이는 글로벌 사업 차질과 삼성 브랜드 및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외신은 삼성의 위기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삼성이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맞게 될 절체절명의 위기를 3회에 걸쳐 진단해 봤다.


[이재용 구속 '위기의 삼성'] 오너십 부재로 미래사업 급제동.. 지배구조 재편도 올스톱


"모든 임직원이 하나로 뭉친다면 지금의 위기도 충분히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7일 밤. 삼성그룹 60개 계열사 사장들은 공동명의로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삼성 인트라넷에 올렸다. 삼성 사장단은 "그룹이 맞이한 초유의 이번 사태로 인해 충격과 상심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당일 삼성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공동명의의 공지를 올린 것은 임직원들이 받은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삼성의 핵심 의사결정은 '총수 일가-그룹 미래전략실-전문경영인'의 삼각축이 유기적으로 움직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그 한 축이 무너졌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한동안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자체가 삼성의 현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삼성 삼각편대 '위기의 시작'

19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의사결정과 사업구조는 3개 축이 맞물려 돌아가는 형태라고 해서 흔히들 '삼각편대'(三角編隊)라고 한다. 총수 일가, 미전실, 전문경영인 등으로 구성된 삼각축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당분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일각에선 총수 한 명이 없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라고 외치는 삼성이 위태로워진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글로벌 기업간 경쟁 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분야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선 현상 유지는 바로 도태를 의미한다. 오너십의 부재는 미래에 대한 투자, 특히 리스크가 큰 미래 투자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 총수의 구속은 미래사업 확대에 부정적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향후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또한 "삼성그룹 지배구조개선 기대감도 약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오너십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3대 사업축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을 고민했다. 일단 지배구조 재편은 잠정 중단됐다. 삼성전자도 반도체.디스플레이(DS),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의 3대 축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이루며 실적을 견인해왔다. 오너십 부재는 삼성전자 각 부문의 신성장동력 확충 지연으로 이어져 '포트폴리오의 약화'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너십 부재로 '비상경영'

삼성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로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강조한 말이 있다. '플랜B'(두번째 계획)는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부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탓에 비상경영을 위한 비상플랜조차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부회장의 구속 첫날 오전 곧바로 최지성 미전실 실장이 면회하고 다음날인 18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면회를 한 것도 이 부회장의 부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단 삼성은 2008년 삼성특검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때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사장단협의회'를 가동시키고 그 아래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 등 3개의 비상설기구를 뒀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나 계열사 간 업무조정 등은 일단 최지성 실장이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지성 실장은 아직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신분이어서 활동에 제약이 큰 상황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단 총수의 혐의와 관련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게 최우선순위의 과제"라며 "그 밖의 다른 현안들은 일단 보류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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