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사기업 비해 스펙 부담 적어 '공구' 느는데.. 작년 신입사원 5명 중 1명이 1년도 안돼 떠나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9 19:11

수정 2017.02.19 19:11

무조건 응시 늘다보니 적성에 안 맞아 중도하차
올 공공부문 일자리 27% 1분기 안에 채용 계획
신중한 구직 태도 필요
#1. 사기업 취업을 준비하던 A씨(28)는 최근 공무원으로 진로 계획을 변경했다. 명문대 졸업을 앞둔 A씨가 사기업 취업을 포기한 이유는 준비과정이 복잡하고 모호해서다. A씨는 "기업마다 원하는 스펙이 천차만별"이라며 "영어 성적 하나도 토익, 토익 스피킹, 오픽(OPIC) 등 기업마다 좋아하는 시험이 달라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2. 서울 소재 공기업에 다니던 B씨(30)는 입사 후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했다. 연봉도 적지 않고 안정성도 뛰어났지만 적성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는 "기대와 달리 적성에 맞는 업무를 하지 못했고 조직 내 자율성도 부족해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기업 비해 스펙 부담 적어 '공구' 느는데.. 작년 신입사원 5명 중 1명이 1년도 안돼 떠나


최근 공무원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 취직을 희망하는, 이른바 '공구(公求.공공부문 구직)' 청년이 늘고 있다. 안정성을 선호하는 구직자들이 증가하며 공구도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입사 후 신입사원 때 퇴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구직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업종으로 '공공기관.공기업'(23.9%)이 꼽혔다. 구직자 100명 가운데 24명 가량이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른바 공구가 많은 것은 공공기업과 공기업 준비 과정이 사기업에 비해 표준화 돼 있다는 점이다. 급수별 공무원 공채 시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원하는 스펙이 다르고 영어 성적에 대해서도 토익, 토익 스피킹, 오픽(OPIC) 등 서로 다른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표준화돼 준비가 쉽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구직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정부는 공공부문 신규 채용을 2만명으로 확대하고 올해 공공부문 일자리 6만2000명 중 27%를 올해 1.4분기 안에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사 후 채 1년이 되지 않아 회사를 떠는 사람도 많았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신입사원 중 1년 안에 퇴사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기업.공공기관은 총 1259명 중 220명 퇴사해 17.5%의 퇴사율을 보였다.
대기업(21.0%), 중소기업(33.0%) 퇴자자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다 회사를 떠난 것이다.

기타 공공기관에 다니다 한달만에 회사를 그만둔 김모씨(26)는 "업무량이 많아 출근 첫날부터 칼퇴근을 못했다"며 "다른 곳을 가고 싶어도 면접이나 취업준비를 위한 휴가조차 쓰기 힘든 상황이라 바로 퇴사를 결심했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취업도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공구 청년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알고 준비를 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