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뗐다 붙였다 정부조직 개편, 이제 그만!

美 비밀경호국은 138년 동안 재무부 소속으로 업무 수행
지금 바꾸면 5년 뒤 또 바뀌어

미국 비밀경호국(US Secret Service)은 국토안보부 소속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요인 경호가 주업무다. 올해로 152년째인 비밀경호국이 국토안보부 식구가 된 지는 14년밖에 안 된다. 기묘하게도 나머지 138년은 재무부 아래 있었다. 돈을 만지는 재무부와 비밀경호가 무슨 연관이 있길래?

남북전쟁 때 가짜달러가 기승을 부렸다. 이때 비밀경호국을 만들고 재무부 아래 뒀다. 이렇게 보면 '시크릿 서비스'는 비밀수사국으로 부르는 게 적당하다. 그런데 왜 비밀경호국으로 부르는 걸까.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의회는 '시크릿 서비스'에 대통령을 비롯한 요인 경호 업무까지 맡겼다. 이 상태로 100년이 흘렀다. 그러다 2001년 9.11 테러가 터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토안보부를 신설했다. 그제서야 비밀경호국은 국토안보부로 둥지를 옮겼다.

한번 생각해 보라. 기획재정부 안에 대통령 경호실이 있다면 우린 어땠을까. 당장 청와대 안으로 옮기라고 난리가 났을 거다. 애당초 위조지폐를 적발하는 조직에 대통령 경호를 맡긴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으리라. 우리 머리로는 당최 미국 행정부 조직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우리 정부 조직을 이해할 수 없다.

미국 재무부는 1789년 출범했다. 초대 장관은 알렉산더 해밀튼이다. 10달러 지폐에 얼굴이 새겨진 그 사람이다. 현 스티븐 므누신 장관은 77대다. 지난 228년 동안 미국 재무부는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200여년 전 재무부의 역할과 지금 재무부의 역할은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은 주변 약소국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럼에도 재무부란 이름은 고색창연하게 빛나고 있다.

우린 어떤가. 현 기재부는 1948년 재정부와 기획처가 뿌리다. 기획처는 경제기획원이 됐다가 재무부와 합쳐 재정경제원이 됐다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가 현 기재부로 다시 통합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변화무쌍하다. 상공부가 모체다. 여기서 동력자원부가 떨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다시 상공자원부로 통합되고 외교부 통상업무가 들어오면서 통상산업부가 되는가 싶더니 다시 통상 업무를 내주고 산업자원부가 된다. 이명박정부는 이를 지식경제부로 바꿨고, 박근혜정부는 통상을 다시 붙여 현 산업통상자원부를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퀴즈 하나 풀어보자.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누구인가. 3초 안에 맞히지 못한 사람은 '땡'이다. 여기저기서 땡 소리가 요란하다. 하긴 나도 기사를 쓸 때마다 미래부 장관을 검색해서 확인한다. 최양희 장관님, 미안합니다.

대선주자마다 정부조직을 뜯어고치겠다는 포부가 당차다. 정체성이 묘한 미래부는 통폐합 1순위로 꼽힌다. 심지어 교육부도 간당간당하다. 문교부에서 출발해 교육부→교육인적자원부→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로 돌고 도는 중이다. 국민안전처? 글쎄다. 해양경찰청은 또 떼어낼 듯하다. 여성가족부는? 해양수산부는?

이래선 안 된다. 현 정부 조직이 완벽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도 미국 '시크릿 서비스'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됐다. 5년짜리 대통령이 정부조직을 들었다 놨다 하는 관행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형식보다 중요한 건 운용이다. 정부 조직을 바꾸면 부대비용도 꽤 든다. 납세자로서 요구한다. 한푼이라도 내 세금을 기구표 고치고 봉투 바꾸는 데 낭비하지 마라.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