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오늘도 힘겨운 자영업자들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0 16:47

수정 2017.02.20 16:47

[차장칼럼] 오늘도 힘겨운 자영업자들

큰길에서 한참 벗어나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조그마한 카페. 볼품없는 단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들어진 이 카페는 쉽게 찾기 힘든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맛깔나는 메뉴들로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그런데 이달 초 서울 상수동의 이 카페는 문을 닫았다. 아니 닫아야만 했다. 맛이 없어서, 수익이 안 나서 접은 게 아니다.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다. 가게가 잘되다보니 집주인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조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이곳을 꾸미고 핫한 곳으로 만든 이는 떠나야만 했다. 카페 주인만 떠난 게 아니다. 이 카페를 사랑했던 많은 마니아들도 다른 곳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터를 빼앗긴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자리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를 떠돌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디자인과 맛을 개발해야 한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길이 없다.

상수동만이 아니다. 마포구 상암동의 한 가게 주인은 고민이 많다. 손님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증가했는데 정작 실제 수입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매출 증가보다 하늘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움이 많은데도 자영업자들의 창업(재창업)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자영업자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9000명 증가한 547만6000명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7월(19만2000명 증가) 이후 최대 폭이다. 이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10만5000명 증가한 390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157만2000명)보다 2배 이상 많고, 증가 폭도 컸다. 통상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에 비해 실업 등 비자발적 사유에 따른 생계목적 창업이 많다. 경기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릴 위험 역시 높다.

모 소상공인업계 전문가는 "해결 방법이 있긴 하다. 바로 자영업 창업을 막는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도"라고 말했다. 어떤 이는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물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렇게 어려운데도 과밀업종의 생계형 창업이 지속되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창업에 대한 허들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창업 자체를 막자는 게 아니라 창업에 앞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어느 정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을 닫는 자영업자를 위한 대안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수십만명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 폐업손실을 최소화하고 재기를 위한 다양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중소기업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