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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뮤지컬 ‘더 데빌’ 화려한 조명과 록음악 강렬했지만...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0 18:10

수정 2017.02.20 18:10

그 끝은 전형적인 ‘권선징악’
[공연 리뷰] 뮤지컬 ‘더 데빌’ 화려한 조명과 록음악 강렬했지만...

"빛과 어둠은 항상 함께니, 빛도 어둠도 인간의 선택."

성경을 비롯한 수많은 신화와 설화, 그리고 지금껏 인간사에서 쓰여진 다수의 문학 작품 속에 항상 인간의 위치는 선택자로 표현된다.

인류의 기원 설화인 성경 속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에서도 신이 준 자유의지로 인간은 결국 사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금단의 열매를 선택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인생 역작 '파우스트'에서도 이와 같은 전개는 동일하게 이어지고, 180여년이 흐른 2017년 한국의 서울 대학로에서 재연을 시작한 뮤지컬 '더 데빌'(사진)에게도 이 모티브는 동일하게 차용됐다.

19세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는 뮤지컬에선 미국의 양심적인 증권거래인 '존 파우스트'로 분화했다. 사랑하는 연인 그레첸과 선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놓고 '빛'과 '어둠', '신'과 '악마'로 대변되는 'X-화이트'와 'X-블랙'은 내기를 하게 된다. 그 결과 1987년 블랙먼데이를 기점으로 존 파우스트는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채 절망의 끝에 몰린다.
신이 자신을 외면했다 생각한 순간, 그 앞에 나타난 'X-블랙'은 성공과 재기를 미끼로 신을 부정할 것을 유혹한다. 자신의 양심이 흔들리지 않을 것을 자신한 파우스트는 어느 순간 거절하기 힘든 제안 속에 결국 파멸의 길에 빠져들고, 그 대가로 가장 사랑했던 그레첸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2014년 초연 당시 문제작으로 평가 받았던 '더 데빌'. 당시 '본디 빛과 어둠은 하나의 존재이며 인간의 내면은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라는 주제에 맞게 초연에서는 X를 하나의 캐릭터로 두고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면서 관객들에게 난해하다는 혹평을 얻기도 했다. 과거의 평가를 의식해서였을까. 이번 재공연에서는 X를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눠 4인극으로 재편하고 각각의 넘버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조금 더 쉽게 풀어내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한 것, 선택의 기로에 놓인 남자 주인공의 곁에 오직 기도하며 마침내 대신 희생을 당하는 여자 주인공의 역할은 너무 전형적이다.

결국 빛으로 대변되는 X-화이트에 의해 그레첸은 구원을 받게 되는데, 원작 '파우스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악'마저도 포용하는 '선'의 힘 역시 '권선징악'이라는 고전의 주제 이상을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X자의 2층의 철계단 구조로 구성된 무대의 단조로움을 화려한 조명과 20여곡의 강렬한 록음악이 100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게 가득 채웠다.
핀조명이 무대 중앙으로 떨어지는 순간 배우 한 사람의 개인 록 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지루함을 상쇄시켜준다. 다만 너무 빠른 리듬에 가사가 붙다보니 대사 전달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
극의 흐름상 중요한 메시지의 전달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공연은 4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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