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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통계 왜곡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1 16:40

수정 2017.02.21 16:40

수익률이 매우 높은 A펀드와 수익률이 형편없이 낮은 B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 회사가 당장 두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마술 같은 조작법이 있다. A펀드의 평균수익률에는 못 미치지만 B펀드 수익률보다는 높은 A펀드의 C주식을 B펀드로 옮기는 것이다. 1973년 미국 명문대 UC버클리 입시에서 남성 지원자의 44%, 여성 지원자의 35%가 합격했다. 학교 측은 여성차별로 소송까지 당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학과에서 여성 합격률이 남성 합격률보다 높았다. 여성이 지원자 대부분을 차지한 한 군데 학과에서 불합격자가 많아 발생한 통계적 착시현상이었다.


전자를 '윌 로저스 현상', 후자를 '심슨의 역설'이라고 한다. 우리는 숫자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그것이 항상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통계는 실상을 왜곡하기도 한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가 실업률이다. 1월 청년실업률은 8.6%인데 체감청년실업률은 22.5%로 괴리가 크다. 취직을 못해 구직을 단념한 사람, 니트족, 비자발적 비정규직, 일용직, 임시직 등 사실상 실업자들이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정부는 물가산정 대상 품목을 조정하는 방법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추기도 했고 수출입 실적을 조작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를 발표하면 국제금융시장은 요동치곤 한다. 발표된 수치가 항상 중국 정부의 정책목표와 예측에 부합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어느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중국 당국은 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수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혀를 내둘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그리스는 국가부채 통계를 속였다가 투자자들의 불신을 사 디폴트(상환불능)에 이르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수지 계산 방법을 바꾸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처럼 미국 기업이 수입해 가공하지 않고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제품을 수출 집계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모양이다. 수입 집계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목적은 뻔하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 통상협상 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숫자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듣도 보도 못한 미국의 통계 장난이 쉽사리 먹혀들 것 같지는 않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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