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안희정은 안보 우클릭, 안철수는 유턴

최근 여론조사상 정치지형은 야권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17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33%)와 안희정 충남지사(22%)의 합산 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 범여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는 물론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을 다 보태도 10%대다. 보수층의 높은 무응답률을 감안하더라도 최순실 스캔들의 여파는 이토록 심대하다.

특히 안 지사의 상승세가 놀랍다. 경제.복지 분야에서 실용적 개혁을 천명하면서 "한.미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며 중도.보수층의 안보불안감을 달래는 노력을 한 결과다. 이대로 간다면 대선 구도는 '문재인 대세론' 대 '안희정 대안론', 즉 친노 집안 대결로 좁혀질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온다.

'안희정 현상'에 자극을 받은 건가. 근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동선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는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어느 주자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지난 11일, 18일 2주 연속 주말 촛불집회에 발길을 끊었다. '광장은 시민의 것'이라는 논리를 펴면서다. 같은 기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그리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각각 서울 광화문이나 광주 등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는 한때 민주당보다 더 강한 톤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그런 그가 최근 박지원 대표 등 당내 일각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사드 찬성론을 선창했다. 당내 '대북 햇볕론자'들의 포로가 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던 소신과는 거꾸로 가다 중원(中原)을 안 지사에게 내줬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적잖은 국민이 야권 주자들의 안보 중시 행보에 반색하는 까닭이 뭘까.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가공할 국가적 분열상을 걱정하기 때문일 게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사회적 내전에 준하는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라면 다행이겠다. 다만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든 갈라진 여론과 여소야대라는 불안정한 기반에서 임기를 시작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게다가 북한 체제는 말기적 광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복형 김정남 독살 이틀 후 아버지 김정일 생일 기념식에 등장한 김정은의 표정을 보라. 초점 없는 눈에 귀기(鬼氣) 서린 얼굴은 섬뜩했다. 그런 그가 손에 쥘 핵.미사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 뮌헨 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핵을 "우리 머리 위의 다모클레스의 칼"로 규정했다. 말총 한 올에 북핵이 매달려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란 비유다. 그의 외교역량은 북의 핵 보유를 막는 데 미흡했지만 진단은 적확했다. 북한이 오직 세습체제를 유지하려고 7500만 동족을 상대로 '핵 인질극'을 벌이고 있으니….

이는 민주공화정 원리의 업그레이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향하는 인류 문명사의 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이 핵무장할 시간을 벌게 하거나, 현금을 지원해 연명시키는 노선이 '진보'일 순 없다. 적어도 안보에 관한 한 대선 주자들의 중도적 행보가 그저 표만 얻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어야 할 이유다. 공동체의 미래를 염려하는 유권자라면 안희정의 '안보 우회전', 안철수의 '안보 유턴'에 진정성이 담기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