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재용 구속 '위기의 삼성'] 컨트롤타워 없는 삼성, 성장동력 멈추면 2년 뒤 위기 온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1 17:56

수정 2017.02.2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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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최소한으로 움직이는 삼성
사장단.임원 인사 연기로 조직개편 안돼 투자계획 못잡아
상반기 신입 공채 불투명.. 지주회사 전환도 쉽지 않아
기존사업 견조하지만 부품사업 슈퍼호황 1~2년 뒤 끝나
[후폭풍 만난 삼성]
[이재용 구속 '위기의 삼성'] 컨트롤타워 없는 삼성, 성장동력 멈추면 2년 뒤 위기 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이 선택한 '플랜B'(두번째 계획)는 '정중동'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줄곧 "플랜B는 없다"며 구속 이후 벌어질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창업 이래 최초로 오너가 구속된 삼성은 현재 '최소한'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소한의 대응' '최소한의 인사' '최소한의 투자' '최소한의 계획' 등 모든 사안에서 되도록 결정을 늦추거나 아예 업무에서 배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올해 삼성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을 역점사업으로 키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활동이 막히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기술 우위로 압도하겠다는 기존 사업의 초격차 전략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방안을 수립하고, 미래전략실을 해체해 지배구조의 체질 변화를 꾀하려던 계획도 물 건너갔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급락하고, 국회에서는 최대주주의 권한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기업사냥꾼인 헤지펀드는 빌미를 얻게 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활황이 끝나는 2년 뒤가 삼성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 꽉 막힌 경영

2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설투자에 집행한 돈은 27조원이 넘는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도 핵심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전체 투자 규모는 아직도 확정되지 못했다. 새로운 투자와 관련해선 이 부회장의 사인이 필요한데 법원 판결까지는 이를 보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올해 삼성의 투자 집행액이 역대 최고를 또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오히려 전년보다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한 후 순차적으로 임원, 직원 인사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관련 인사들은 무기한 순연됐다. 기업은 '인사가 만사'인 탓에 한 해의 큰그림을 구성하는 조직개편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돈 쓸 곳을 정하지 못하면서 당연히 2017년 투자계획 또한 내놓지 못했다.

이는 또 상반기 채용 차질로 이어졌다. 매년 3월 중순에 시작했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계획과 관련해 삼성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예년에는 이맘때쯤 채용과 관련한 공고가 발표됐다. 일각에서는 공채를 하지 않는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채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사업적으로는 글로벌 경영활동 중단이 뼈아프다.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매달 1건씩 진행하던 삼성의 인수합병(M&A)은 자취를 감췄다.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가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기념, 글로벌 정보기술(IT) 리더들이 트럼프와 모인 자리에도 연거푸 불참했다. 또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 엑소르 이사회 등 매년 참석했던 모임에도 불참하게 됐다.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M&A를 추진하던 삼성으로선 적잖은 타격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49위로 42단계나 급락했다.

■지주회사 전환 '물거품', 헤지펀드에 당할 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삼성은 당분간 기존 미래전략실 체제로 움직인다. 미전실 해체를 약속했던 이 부회장의 약속도 일단 보류다. 신속한 위기대응으로 더 이상의 경영 파행을 막는 것이 삼성 경영진에게 떨어진 임무다. 하지만 여전히 '현 상태 유지'라는 상황적 한계가 있다.

상반기 안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당초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지속했지만 현재는 중단됐다. 게다가 국회가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면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은 비상국면을 맞았다. 이 개정안은 기업 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막는 규정이 포함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직접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오너의 무죄 입증에 총력을 쏟고 있는 삼성은 대응여력이 없다.

다행인 것은 기존 사업이 견조하다는 점이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이 사상 최대인 매출 220조원, 영업이익 46조원을 달성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만회할 갤럭시S8 출시 효과와 슈퍼 호황을 맞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덕분이다. 특히 반도체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이후다. 전문가들은 이들 부품사업의 호황은 2년 뒤쯤 끝나 삼성이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뒤에는 부품사업의 슈퍼 호황은 끝난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 기간 삼성의 미래투자에 차질이 생긴다면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너의 도덕성 문제, 회사의 부패를 문제 삼아 달려들 헤지펀드의 공세도 골칫거리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 헤지펀드에 날개를 달아주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통과 시 삼성전자가 손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만만찮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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