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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건] "대학은 교육 의무 다해야"…등록금 반환 소송, 대학에 경종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2 16:34

수정 2017.02.22 16:34

2월만 되면 대학생 한숨은 커진다. 등록금에 찍힌 숫자만 보면 도무지 즐거울 수 없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비싸다.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667만5000원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비싸다. 결국 형편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로 마련한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은 자신이 낸 학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른다. 헌법,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에는 교육기관인 대학은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환경 수준을 갖추도록 정해뒀다. 또 교육부가 시행하는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들이 일정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런데도 학과별 세목에서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수원대 재학생 등이 2014년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환불 소송을 제기했다. 학생들은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많은 등록금을 냈지만 그에 따른 교육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연극영화과의 경우 연습실의 방음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고 심지어 영화전공자를 위한 스튜디오 시설은 아예 없는 등 교육을 위한 기초적인 시설이 없었다.

감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수원대는 2014년 교육부 감사 결과 예산편성 및 집행이 부적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부터 3년 연속 세출예산을 과대 편성해 907억원의 이월금이 늘어났고 2013년 3월 기준 적립금이 3244억9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대는 2010년과 이듬해 교육비 환원율이 74.2%, 72.8%로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는 같은 기간 0.88%, 0.25%로 수도권 소재 종합대학 평균인 2.13%, 2.79%와 비교했을 때 열악한 수준이었다.

결국 서울고법 민사3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수원대 재학생·졸업생 42명이 학교법인과 총장, 이사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환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등록금 일부를 위자료로 인정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 역시 법원이 같은 이유로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수원대는 학생들에게 30만원에서 90만원씩 등록금을 환불해줘야 한다.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명목이다. 재판부는 "대학이라면 교육을 위한 시설·설비·재정 및 교원 등의 확보의무를 다해 학습자의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관계 법령에서 요구하는 대학의 의무를 강조한 셈이다.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전국 대학가로 '올바른 등록금'을 받기 위한 등록금 반환 소송이 번질 수 있다.
대학이 적립금 및 이월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은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 측은 장래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해당 판결은 '대학은 오직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명제를 다시 확인한 계기라는 평가다. <도움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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