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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차덕철 통일교육원 학교통일교육팀장 "통일교육 콘텐츠 좋아야 활성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2 19:31

수정 2017.02.22 22:41

[fn이사람] 차덕철 통일교육원 학교통일교육팀장 "통일교육 콘텐츠 좋아야 활성화"

행정고시에 합격, 통일부에서 주로 대북 현안업무를 맡으며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던 그에게도 일선 학교 현장은 까다로웠다. 통일부에서 남북회담본부, 개성공단 등 대북 현안업무를 다루는 부서를 두루 거치고 통일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긴 차덕철 학교통일교육팀장(사진) 얘기다. 4년 넘게 개성공단에서 북한 주민과 동고동락해 북한을 잘 안다고 자신했던 차 팀장은 바로 학교 현장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부임하고 초기에 학교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는데 모두 통일 교육이 너무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뭐가 그렇게 힘들길래 저러시나 했습니다. 저는 자신이 있었죠. 북한에도 가봤고, 연구도 많이 했고, 북한 주민도 많이 만나봤으니까요."

첫 강의 대상은 딸과 같은 나이 학생들로 하기로 하고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통일 교육을 준비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의 당위성, 직접 본 북한 주민 등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냥 한 반만 데리고 하라는 선생님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3학년 전체 200명을 대강당에 불렀어요. 그런데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한숨)."

아이들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간식 달라고 떼쓰고, 딸은 옆에서 울고…학교 현장 선생님들의 역할과 힘든 점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다음 주에 가진 고등학생 대상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일, 학교 현장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구호라는 것이 실감났죠."

그는 사무실로 돌아와 학교 통일교육 활성화 방향의 얼개를 다시 잡는다. "직접 '내 것'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외면한다, 따라서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싶더라고요. 집중이 잘되는 질 높은 통일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현장에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차 팀장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교 통일교육 활성화 전략도 바꿨다. "지금 한가하게 앉아서 통일을 운운할 때가 아니구나, 내가 할 일은 영업과 홍보다. 이런 것을 느꼈습니다. 하루에 학교만 네 곳을 돈 날도 있어요. 선생님들, 교육감님들 만나서 콘텐츠 보여주고 학교 현장에 반영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현행법에 따라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에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다른 교과에 밀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진행한 온라인 소감문 공모전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초.중.고 청소년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부가 제작한 통일교육 동영상을 보고 소감문을 받는 공모전이었다. "많아야 1000명 정도 지원하겠다고 생각했는데, 1만5000명이 응모했어요. 콘텐츠만 좋으면 학생들이 반응을 보인다는 걸 알게 됐죠."

장관상을 받은 초등학생의 소감이 아직도 많은 울림을 준다고 차 팀장은 전했다. "통일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다.
온전한 한반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게 정답이고 가장 큰 승리다.
" 초등학교 4학년 김진 학생이 '알파냥과 함께 통일 오목을'이라는 동영상을 보고 쓴 최우수상 소감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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