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집 주인이 멋대로 들락날락"..대학생, 갑질 집주인에 '울상'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6 15:12

수정 2017.02.26 15:12



#. 대학생 A씨(26)는 지난 3일 집에 돌아와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와 자취하던 A씨의 월세방에 누군가 들어와 개인 소지품을 버리거나 모아둔 흔적 때문이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던 USB메모리를 비롯해 수업에 사용하던 프린트물, 편지, 학교 동문회 달력까지 모조리 없어진 상태였다. 여행하느라 1주일간 비워둔 집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A씨의 집주인 B씨였다. B씨는 이전에도 A씨가 방을 잠시 비운 사이 사용하려던 빈 병을 치우는 등 집을 들락거렸다. A씨는 B씨에게 항의했으나 오히려 "더러워서 청소를 해줬을 뿐"이라며 "고생했더니 이런 소리나 듣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 학기를 맞아 대학가는 '방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다. 원룸은 제한적인데다 월세가 올라도 입주하려는 학생은 많아 집주인의 횡포가 도를 넘는다. 상대적으로 법적 지식이 빈약한 대학생들은 집주인에게는 '힘없는 을(乙)'에 불과하다.

■개인 공간 침해받는 느낌.."불쾌하죠"
대학가에 거주하는 이모씨(29)는 26일 "지난해까지 거주하던 원룸을 뺄 때 방을 보여줘야 한다며 집주인이 허락 없이 시시때때로 다녀간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냥 뒀지만 사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개인물품이 폐기되는 등 피해가 있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A씨처럼 집주인이 사전 연락없이 드나드는 경우 뿐만 아니라 보일러 검사나 여름철이면 방역소독, 하수구 공사를 이유로 마스터키로 입실하겠다는 통보만 한 뒤 세입자가 없는 사이 출입해 불편을 겪었다는 불만이 각 학교별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생 원룸 주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원룸에 세들어 살면서 세입피해를 경험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4.6%였고 세입자로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질까 두려워 참거나 대응하지 않은 학생은 34.5%에 달했다.

■세입자 동의 없으면 없으면 '주거침입죄'
대학가를 비롯해 일부 원룸 주인들은 '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낮 시간에 기술자를 불러 해야하는 공사나 검침 등 때문에 부득이 들어가야 할 경우가 있는데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문자를 남겨놓고 우선 처리하는 것이 지금까지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세입자의 동의 없이 주거공간에 들어가는 행위는 위법이다.
형법에 따르면 사람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경우처럼 세입자가 평온한 상태를 위협받았을 경우 충분히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관련 기관에 우선 임대인과 조정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경기 등지에 사는 세입자는 지자체에 설치돼 있는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상담을 받거나 임대인과 조정을 받을 수 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규태 기자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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