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SK 기부금 10억 넘으면 무조건 이사회 의결 "정경유착 고리 끊겠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4 14:15

수정 2017.02.24 14:15

재계가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자체적으로 '최순실 게이트' 방지 장치를 만든다. 양사는 외부에 지급하는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CSR 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다. 앞으로는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지출 등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삼성과 SK를 시작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실천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앞으로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을 이사회에서 의결키로 했다.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만들어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기부금에 한해 자기자본의 0.5%(약 6800억원) 이상 (특수관계인은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서 결정했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할 방침이다.

또한 분기별로 발간하는 사업보고서와 매년 발행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한 ‘심의회의’도 신설한다. ‘심의회의’는 법무를 비롯해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팀장이 매주 1회 모여 심사를 진행한다. 1000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이 심의 대상이며, 심의회의에서 지원이 결정된 경우에만 다음 단계로 절차가 이어진다.

운영과 집행결과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운영현황과 집행결과는 분기에 한번씩 심의회의와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에서 점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집행을 점검하게 돼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10억원이 넘는 후원금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집행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키로 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과 22일 이사회에서 10억원 이상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등을 낼 때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나머지 계열사도 차례로 같은 절차를 밟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긴급 재난 구호나 사회복지 관련 기부는 사후에 이사회에 보고할 수 있도록 예외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재계는 기업활동이 몇달째 묶이는 등 큰 피해를 봤다"며 "삼성과 SK의 이런 장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스스로 차단하려는 의지다. 향후 다른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미뤄진 삼성전자 경영계획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달 24일 열리는 제48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사회 의장)이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 특검이 진행 중이었던 2008년에도 삼성전자는 정기주총에서 처음으로 목표 수준을 수치로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계열사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지난해 11월 이후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조직개편, 2017년 경영계획, 채용 일정 등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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