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fn논단] 서민종합센터를 만들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7 17:24

수정 2017.02.27 17:24

[fn논단] 서민종합센터를 만들자

우리 주위에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이 적지 않다. 성실히 일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소득이 줄고 신용등급이 낮아진 서민들은 금융회사로부터 긴급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자금을 구한다 해도 감당하기 힘든 고금리의 빚 부담에 시달리곤 한다. 이들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일자리 알선, 복지 지원 등 다양한 자활.재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랑주 상품진열전문가'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전통시장에서 간판 디자인이나 상품 진열을 바꿔 준 것만으로도 상점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죽어가는 상점을 살리는 이런 '미다스의 손길'을 더 많은 상점이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를 찾는다. 법적 분쟁이 생기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빚 문제로 고통을 받는 사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최소한의 생계유지도 어려운 사람, 갑작스럽게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게 된 사람은 어디에 가서 누구와 상담해야 할까. 이런 서민들의 자활 재기를 돕기 위해 지난해 9월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했다. 필자는 이곳이 우리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민종합센터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서민종합센터는 이용 편의성과 운영비 효율화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사 업무를 이곳으로 통합해야 한다. 고객을 우선하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상담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서민을 위한 맞춤형 심층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상담 과정에서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종류와 규모의 대출이 적합한지 상세하게 안내해주고, 일자리가 필요하다면 적합한 직장을 연결해줘야 한다. 상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토대로 봉사할 수 있는 전문 상담위원과 컨설턴트를 발굴하고, 이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인건비 등의 재정 부담이 있겠지만 은행권에서 퇴직한 지점장급 인력 중 봉사 정신이 강한 사람들을 발굴, 교육한 후 필요한 현장에 투입한다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어려운 이웃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나눔과 봉사 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기회이기도 하고, 도움을 받는 이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교자채신(敎子採薪)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에게 땔나무 캐오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장기적 안목으로 근본적 처방에 힘쓰라'는 의미다.
장기적 안목으로 서민 자활을 도와주는, 더 진일보한 서민종합센터가 하루빨리 우리 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이종휘 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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