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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은.. 라라랜드, 아니 문라이트"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7 18:01

수정 2017.02.27 18:01

89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호명 번복하는 해프닝 끝에 흑인소년 이야기 다룬 '문라이트'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 포함해 '라라랜드' 6개 부문서 수상
남우주연상은 케이시 애플렉

이변은 없었다. '라라랜드'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올해 최고의 영화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거의 잡을 듯했던 작품상은 봉투가 뒤바뀌는 촌극 끝에 '문라이트'에게 돌아갔다.

26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는 감독상, 여우주연상, 미술상, 촬영상, 음악상, 주제가상 등 6관왕에 올라섰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13개 부문에서 후보를 낸 '라라랜드'를 비롯해 '문라이트' '컨택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라이언' '핵소 고지' 등 대작들이 대거 후보로 이름을 올려 막판 싸움이 치열했다. '라라랜드'는 '벤허' '타이타닉' 등이 가지고 있는 11개 부문 수상 기록을 내심 기대했지만 결국 6관왕에 그쳐야 했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나선 '문라이트'는 8개 부문에 후보를 내며 '라라랜드'의 대항마로 주목됐다. 결국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품에 안으며 3관왕을 달성했다.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의 빈민가에 사는 흑인 소년 샤이론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히 그린 영화다. 동성애, 인종차별 등 민감한 문제를 인물들의 감정에 따라 밀도 있게 그려내며 작품상 유력 후보로 단숨에 올라섰다.

비록 작품상은 놓쳤지만 '라라랜드'가 세운 성적표는 화려했다. 우선 올해 32세인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하버드대 재학 당시 단편영화 '가인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츠'(2009년)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위플래쉬'(2015년)로 이름을 알렸다. '위플래쉬'는 제30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을 받았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 뿐만 아니라 제74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감독상을 받으며 스타 감독으로 우뚝섰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왼쪽 사진)이,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오른쪽 사진)이 거머쥐었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에서 할리우드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찬 배우 지망생 미아 역을 맡아 연기뿐 아니라 노래와 탭댄스, 왈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케이시 에플렉도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남자가 조카를 위해 맨체스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고, 숨겨둔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섬세한 내면연기를 보여줬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사상 최초로 남·녀 조연상이 모두 흑인 배우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마허샬라 알리는 '문라이트'에서 주인공 샤이론의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인생의 길잡이가 돼주는 후안 역을 맡았다. 여우조연상은 '펜스'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받았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지적받아온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녀 조연상을 모두 흑인 배우가 받은 것은 89년 역사상 처음이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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