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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모든 상장사에 준법지원인을 두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8 17:09

수정 2017.02.28 17:09

[여의나루] 모든 상장사에 준법지원인을 두자

상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고, 준법지원인은 법령 준수와 준법경영을 위한 준법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준법지원인은 법률 리스크를 관리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담보할 수 있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투명한 기업경영으로 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을 건전화할 수 있다. 국제적 기준에 맞춰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며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해 불필요한 법률비용을 절감한다. 나아가 윤리경영 및 준법경영에 대한 홍보효과로 기업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필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많은 기업의 반대를 극복하고 상법 개정을 통해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했다.
준법지원제를 도입한 회사는 대개 사내변호사를 채용해 법무 및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강화했다. 2009년 300여명이었던 사내변호사가 공공기관을 포함해 3000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는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으로 기업뿐 아니라 공공부문까지 법률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변호사에 의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궁극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정경유착과 경제계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민간부문의 준법경영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 준법경영을 기업 스스로 이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함께 법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준법지원인 제도는 미이행에 대한 규제수단이 없고, 상장기업을 전부 규율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준법지원인을 모든 상장기업에 도입해 제도범위를 확대하고 도입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미도입 기업에는 제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와 금융감독원이 준법지원인 제도의 유용성과 개선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민·형사 책임을 감면하고, 공정위의 담합 자진신고자 과징금 감면제도처럼 우수 준법지원 기업에 과징금을 감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장과 상장폐지 결정 시 혜택을 주는 방법도 유용하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준법감시인 적용대상 상장사 311개사를 조사한 결과, 40%인 127개사가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조차 준법지원인을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렵게 도입한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강구하고 정착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컴플라이언스가 기업경영에 꼭 필요한 제도임을 인식하게 되었지만,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상 완벽한 자체적 윤리경영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분식회계, 내부자거래 등 기업범죄에 대한 사전통제장치로서 컴플라이언스의 제도적 정착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이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 부패방지, 투명도 제고, 준법경영을 이루는 데 변호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준법지원인 선임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이와 같이 미이행 기업에 대한 벌칙을 만들고 모든 상장기업에 준법지원제를 도입하면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고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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