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17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정의당 ‘反기업 정당’은 오해.. 내수 살려 성장 모멘텀"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2 17:40

수정 2017.03.02 18:14

(11)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특검 연장법 추진, 직권상정은 비상수단.. 불법 아니다
노동시장 개혁안, 상위 10%내 대기업 노조도 책임 있어
남북관계 해법은, 핵 동결 목표로 협상 테이블 만들어야
대담=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

"우리는 반기업 정당이 절대 아닙니다. 급진적인 노동투쟁 집단도 결코 아니죠. 오히려 다른 어떤 정당보다도 경제구조나 제도 변화에 대해 훨씬 더 많이 검토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단순히 분배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 경제를 살릴 해법을 마련하자는 겁니다."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에게 경제기조에 대해 묻자 그는 억울함부터 토로했다. 진보정당이 분배만 강조한다는 오해를 풀고 싶단다.

심 대표는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인 시대다.
경제를 구성하는 수출과 투자, 소비가 전부 안 돌아가는데 무슨 재주로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느냐"며 "남아 있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분배정책으로 여겨지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보장도 결국은 성장을 위한 조치라는 게 심 대표의 주장이다.물론 소비가 모든 성장의 대안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도 내수를 살려야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심 대표는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당의 경제기조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고싶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이라고 '분배'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반기업 정당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다른 어떤 정당보다도 경제구조나 제도 변화에 대해 훨씬 더 많이 검토해왔다"고 자부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당의 경제기조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고싶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이라고 '분배'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반기업 정당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다른 어떤 정당보다도 경제구조나 제도 변화에 대해 훨씬 더 많이 검토해왔다"고 자부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무면허 음주운전'이라고 맹비난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체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심 대표는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위권 경제대국에 걸맞은 패러다임, 즉 사회경제적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 없이는 앞으로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심 대표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첫 도전에선 당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고 두 번째 도전에선 다른 야당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심 대표뿐 아니라 소수당 대선주자는 매번 '어쩔 수 없이' 완주를 포기해왔다. 그래서일까. 유독 완주 여부를 묻는 이가 많다고 한다.

심 대표는 "과거 대선에서는 거대 양당이 득표율 몇 퍼센트를 두고 다퉜지만 이번 대선은 다르다"며 "정권교체는 이미 9분 능선을 넘어섰다.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를 다투는 선거가 아닌데 사퇴할 일이 왜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물었다. 그는 "사퇴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40여분간 진행된 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단호하고도 분명한 답변이었다.

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특검 연장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는데.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받아서 할 수 있는 개혁은 아무것도 없다. 국정농단을 지원한 정당의 동의가 없다고 모든 개혁이 좌초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국회가 되는 것이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법 테두리 내의 비상수단이지 불법이 아니다. 지금은 일상적 시기가 아니다. 야당 합의만으로 국회의장이 결단하기 어렵다는 고민은 이해한다. 그러나 집권세력 일부였던 바른정당까지 동의하는 과제다. 과감하게 직권상정해야 한다.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압박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소추한 당사자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대표검사를 맡고 있지만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검사인 셈이다. 집권세력 일부까지 참여해 박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국민의 뜻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국민의 뜻이 잘 관철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헌재에 대한 압박은 박 대통령 측이 하고 있다. 이를 경계하는 것뿐이다.

―탄핵이 기각된다면 받아들일 것인가.

▲기각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번 탄핵은 여야의 정파적 대결이나 보수.진보의 이념적 갈등 문제가 아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무리 강성야당이 주장한다고 탄핵이 됐겠느냐. 이는 국민의 뜻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탄핵은 반드시 인용돼야 하고 인용된다고 본다.

―그래도 기각된다면.

▲국회가 국민의 압도적인 뜻을 받아 탄핵을 소추했는데 관철되지 못했다면 국회가 책임져야 한다. 수용하고 말고 할 차원이 아니다. 책임이 따르는 문제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이미 사표를 써서 국회의장에게 맡겼다. 탄핵이 기각되면 주권자인 국민은 헌정수호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보고 강한 문제의식을 가질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바로 대선 국면인데.

▲이번 대선은 과거와 아주 다른 환경에서 치러진다. 과거에는 보수.진보의 뿌리 깊은 양당 대결구조가 선거를 지배해왔다. 이번에는 집권을 다투는 유력한 보수주자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와 개혁과제를 두고 야당끼리 진검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다.

―정권교체 요구가 크지만 진보세력이 잘해서는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권교체 열망은 박근혜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야당의 신뢰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우리도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왜 심상정이어야 하나.

▲지금은 정권교체가 가장 수월한 제1당의 유력주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면 '묻지마 정권교체' 대신 어떤 대통령, 어떤 정권이냐를 따지는 국면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감한 개혁이 가능한 정치구조다.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위쪽, 오른쪽으로 경도돼 있었다. 정치축을 과감하게 아래쪽, 왼쪽으로 옮겨야 한다. 시대정신은 매우 명확하다. 정의당은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물론 조건은 좋지 않다. 6석의 작은 정당으로 단독집권은 불가능하겠지만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면 의미 있는 정치변화를 예고하는 결과는 만들 수 있다. 자신있다.

―연립정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보수인사도 포함되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5당 체제에서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하려면 필요하다. 국정운영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수립할 것이냐는 차원에서 연합정치나 연립정부는 논의돼야 한다. 다만 구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

―진보정당은 대체로 분배에 관심을 둔다. 성장을 해야 파이를 나누지 않나.

▲진보라서 분배를 강조한다는 건 편향적 사고다. 객관적인 경제상황을 두고 해법을 말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프레임인 성장이냐 분배냐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우리 경제가 가진 특수성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생각해봐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최저임금 인상,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등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해법을 마련할 수 없다. 성장에도 관심 많다. 조만간 신성장 정책도 발표한다.(하하)

―기업에 적대적인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기업에 적대적이지 않다. 다만 지금 너무 극단화돼 있는 것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선해야 한다. 그게 시대적 요구다. 60년간 친재벌 정부에 의존했던 것처럼은 이제 안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져와봐라. 환경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피할 수 없다. 최근 상법 개정에 재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간접규제다. 기업이 거부한다면 세제나 공정거래법 같은 직접규제로 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기업이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운신의 폭을 넓힐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도 문제인데.

▲노동시장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그런데 그게 다 돈이다. 어떻게 누구로부터 비용을 조달받느냐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상위 1%, 대기업, 원청기업, 프랜차이즈 본점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 이후 상위 10% 내 대기업 노조에도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최상층은 뺀 채 대기업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싸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려온 쪽에서 먼저 사회적 책임을 져야 개혁이 가능하다.

―서구에서는 노동자 지지를 받는 정당이 대타협에 앞장서는데.

▲우리가 집권하면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게 노사관계 개혁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고 싶어도 힘이 없다. 우리가 노동자의 요구를 원내에서 일정하게 조정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으면 극단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을 대변하는 정당이 문제해결 능력을 갖춰야 그 다음도 있다.

―친노동 정부를 만든다 했는데.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통틀어 전부 친재벌 정부였다.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왜 초래됐느냐. 역대 정부가 친재벌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개혁하려면 역사상 최초의 친노동 정부가 나와야 한다. 노동자가 당장 정권을 잡겠다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문제같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개혁을 국정운영의 최우선순위로 놓겠다는 의미다.

―경색된 남북관계 해법은.

▲우리는 인구의 11%가 사망한,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 남북관계의 대전제는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이미 국제 이슈다. 북한을 테이블로 나오게 하고 주변 강대국의 안보이익이나 경제이익을 조정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비핵화라는 큰 원칙이 전제돼 있지만 당면목표를 핵동결로 해 협상테이블부터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간 경제 문제는.

▲경제는 평화의 주춧돌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에 종속돼 군사적으로 긴장될 때마다 교류가 끊어진다. 중국과 대만이 맺은 경제협력기본협정처럼 남북도 국가 대 국가 수준의 경제동반자협정을 맺어야 한다.
무조건 경제교류를 재개하면 무엇을 담보로 할 수 있겠느냐. 국가와 국가 간의 조약 수준의 협정을 체결한 뒤 개성공단이든 금강산관광이든 재개해야 한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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