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교육 대체,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확대로 강사들 죽을 맛"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6 16:56

수정 2017.03.06 16:56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지난달 27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확대 움직임을 비판하며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지난달 27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확대 움직임을 비판하며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는 오후가 돼야 출근하는 교사들이 있다. 영어회화부터 우쿨렐레, 주산에 이르기까지 수십가지 과목을 맡고 있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이다. 이들 덕분에 학부모들은 퇴근시간까지 마음 놓고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그러나 정작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근무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과후학교 사업을 위탁 운영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최저가입찰제를 통해 위탁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강사 대우는 물론이고 수업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강사 대우
방과후학교는 지난 2006년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정규교육과정을 보완하는 취지로 시행됐다. 공교육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강사들은 학교 강사직종 가운데 유일하게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대신 학교장과 ‘방과후 프로그램 위수탁계약서’를 작성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어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방과후강사들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1년 계약을 마치면 당장 내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매년 공모절차를 다시 밟기 때문에 다른 강사에 의해 자리에서 밀려날지 알 수 없다. 학생·학부모 만족도 평가에 따라 재계약 가능성은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학교장에게 있다. 학교장의 미움을 사거나 내정자가 있을 경우 평가와 상관 없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방과후학교 강사 인력 관리 부담을 줄이겠다며 위탁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위탁업체에 방과후 프로그램을 맡기는 초·중·고등학교는 2011년 2386개에서 지난해 3406개로 42% 가량 증가했다.

이진욱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은 “일부 학교에서는 기존 강사들에게 사전안내도 없이 일방적으로 위탁전환을 공지했다”며 “그 과정에서 위탁업체 쪽으로 유리한 선택을 유도하는 설문지를 학부모들에게 배포하고 학교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재설문도 벌였다”고 주장했다.

■위탁 전환 증가에 비리까지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위탁업체가 강사료에서 높은 수수료를 징수하는 횡포를 막겠다며 방과후학교 위탁업체 선정을 최저가낙찰제 방식 경쟁 입찰로 바꿨다. 그러나 업체 선정이 사실상 가격 기준으로 되면서 강사비 인하 및 수업의 질도 낮아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위탁업체 운영업자는 “지난해 최저가입찰제 시행 후 위탁업체간 경쟁이 너무 힘들어졌다”며 “경쟁 끝에 낙찰받아 운영해도 손해 보는 업체가 많고 질 좋은 교육 서비스는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경남 창원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장이 위탁운영 전환을 빌미로 방과후학교 강사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해임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교장은 2015년부터 위탁업체를 통해 계약하겠다면서 고용 불안을 느낀 방과후학교 강사 4명으로부터 현금과 지갑, 홍삼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또 강사들은 학교장과 위탁업체 유착, 위탁업체간 담합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위탁 운영 경험이 없는 업체의 재하청 구조도 파행됐다고 지적한다.
일부 업체는 업체 측의 교재나 교구 사용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교육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방과후학교 사업이 학교와 위탁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는 위탁계약시 계약법을 적용받는데 계약법상 1차 제안서 평가, 2차 가격 입찰이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고 매년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강사들과 시도교육청 의견을 수렴해 제안서 평가의 변별력 강화, 강사 인건비 확보 등을 위해 노력중”이라며 “위탁 전환 때는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안내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당부했고 수수료 문제는 업체가 불만을 제기할 정도로 강하게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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