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을 돌아본다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7 16:53

수정 2017.03.07 16:53

[특별기고]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을 돌아본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던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1908년 3월 8일 뉴욕에서 벌인 대규모 시위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후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다양한 기념행사를 통해 여성이 경험하는 정치.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알려나가고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하며 세계적인 기념일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개최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이다. 당시에는 여성이 결혼과 임신, 출산을 하면 퇴직이 당연시될 정도였다. 여성들은 직장 내 꽃으로 불렸고, 성적인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표현할 수 있는 마땅한 언어도 없이 인내해야 했다. 가족 내 폭력은 '집안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경찰의 개입 대상이 아니었다.
국회의원이나 행정부 고위관료 중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다양한 여성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양성평등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지난 30여년간 다양한 성과가 있었다. 고용상 성차별 개선과 국회.행정부 등의 의사결정 참여,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 일.가정 양립 지원, 육아휴직제도 확대 등 양성평등을 위한 법.제도와 인프라가 구축됐다. 그 결과 결혼퇴직제 등 노골적인 성차별은 많이 개선됐고 정치, 행정 등 영역에 진출하는 여성들도 늘어났다. 2013년부터는 취학 전 모든 아동이 무상으로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여성의 경제활동 여건도 많이 좋아졌다. 직장에서 성적 수치심을 주는 언행은 '성희롱'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성희롱을 비롯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범죄로 인식된다.

이러한 성과들은 값지지만, 실질적 양성평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교육 기회의 성별 격차가 크게 줄고, 기업과 공직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이 늘자 일각에서는 '여성 상위시대'가 됐으니 '남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임신과 출산, 돌봄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관리직으로의 이동을 제한하는 유리천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별 임금격차, 남성의 낮은 가사.양육 참여, 데이트 폭력, 온라인을 매개로 확산되는 여성혐오 등 과제가 많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제는 그동안 성공적으로 구축해온 법.제도와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양성평등정책이 여성의 지위 개선을 위한 기존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남성들이 가사 참여와 돌봄, 양성평등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OECD 회원국 중 낮은 수준인 유리천장지수를 높이고,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한국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로 진전하는 데 좋은 결실을 맺길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대해 본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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