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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분열 DNA'가 中 보복보다 무섭다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8 16:56

수정 2017.03.08 16:56

내부 사드여론 갈라진 틈타 홍위병식 불매운동하는 중국
한 방향으로 전략적 대응해야
[구본영 칼럼] '분열 DNA'가 中 보복보다 무섭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도를 넘고 있다. 소방규정을 꼬투리 삼아 롯데마트 50여곳을 영업정지시킨 건 약과다. 관영 매체들을 통해 소비자의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선동도 서슴지 않는다. 급기야 6일 시위대가 롯데 브랜드 소주 '처음처럼'과 음료수를 쌓아놓고 중장비로 뭉개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문화혁명기 홍위병들의 패악질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사드가 성주 롯데골프장에 배치될 때까지 중국의 '사드 몽니' 수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며칠 전 뉴욕타임스(NYT)는 제3자적 시각으로 결이 다른 전망을 내놨다. 즉 "극단적 제재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장둔화에 직면한 중국이 한.중 간 경제적 유대를 해치길 바라지는 않으리라는 게 그 근거였다.

실제로 중국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 경제성장률 목표를 6.5% 안팎으로 책정했다. 개혁.개방 이후 초고속성장을 포기하고 '중속성장'에 해당하는 '바오류(保六.6%대)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하향 조정한 목표조차 세계시장에서의 선전이 대전제다. 리커창 총리가 "보호무역 반대"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그러기에 중국 정부도 자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보복은 삼가고 있다. 중국이 한국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긴 하다. 그러나 전자부품과 설비 등 한국의 수출물량 중 95%가 중국 기업의 필수품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에 대한 제재는 중국 수출기업의 목을 죄는 꼴인 셈이다. 사드 보복이 아직까진 한류 콘텐츠와 단체관광 금지 또는 화장품과 식음료 등 소비재 불매운동에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중국이 그저 X밴드 레이더가 자국의 미사일 동향을 탐지하는 게 겁나 사드를 반대한다고? 그렇다면 중국이 사드 배치의 원인인 북핵.미사일 억제에 저토록 미온적일 리가 없다. 한국 기업을 겁박하는 이면에 중국의 국수주의적 야심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제조 2025'와 7대 전략산업 육성으로 일구려는 '중국몽(夢)'의 핵심이 뭔가. 2045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군사 강국이 되려는 마당에 한국은 2025년까지 군사적으론 길들이고, 경제적으론 제쳐야 할 중간목표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은 전략적이고도 꿋꿋해야 한다. 과거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때 중국의 통상보복을 극복했던 일본처럼 민관 일치단결이 관건이다. 어찌 보면 한국산 화장품 가게에서 분탕질하고, 식당에서 손님을 내쫓는 대륙의 신판 홍위병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게 우리의 자중지란이다. 촛불시위대가 광주 롯데백화점으로 몰려가 "사드 부지 제공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니 하는 얘기다.

방휼지쟁(蚌鷸之爭). 조개와 도요새가 다투다 어부에게 함께 잡히는 고사다. 제3자만 이롭게 하는 싸움이란 함의다. 사드가 한반도에 이미 전개되고 있는 터에 야권 일부 대선주자들은 "사드 배치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며 여전히 엇박자다.
안보주권을 지키는 일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면 앞으로 경제주권인들 제대로 지켜낼 것인가.

중국이 이런 우리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는 지금,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조선 인조의 회한이 생각난다. 그는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고 뒤늦게 자탄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보다 더 무서운 게 우리 안의 '분열 DNA'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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