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자살보험 그대로 둬야 하나요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9 17:02

수정 2017.03.09 17:02

[데스크 칼럼] 자살보험 그대로 둬야 하나요

'자살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을 팔아야 하나요.' 본지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기획기사 코너가 있다. 찬반이 엇갈릴 수 있는 이슈들을 쟁점별로 분석하고 소개해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기획기사다. 최근 보험사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자살보험금 지급 압박과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눈치보기를 지켜보면서 이 코너에 이 이슈를 실으면 독자들 반응이 어떨지 자못 궁금해졌다.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중 하나가 '자살'이다. 선진국 모임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 부문에서 부동의 1위다. 이 분야에서 13년째 '톱'이다.
지난 2016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8.7명이다. OECD 국가의 평균인 12명에 비해 2배 이상 많고, 두번째 순위인 일본의 18.7명과 비교해도 큰 격차가 난다. 경쟁에 지나치게 노출된 환경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 편가르기나 빈부격차에 따른 소외감, 경제적인 준비가 덜 된 노년층의 확대 등으로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엔의 '세계행복지수 2016'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35점으로 조사대상 157개국 중 58위에 머물러 있다.

높은 자살률 때문인지 고맙게도(?) 보험사들은 자살하면 보험금을 주는 상품을 팔고 있다. 특별히 자살로만 구성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사망보험이나 종신보험 상품을 통해 자살할 때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다만 사망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 가입 후 일정 기간(2년)에 일어난 자살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기간을 두고 있다. 상당히 절묘하지만 싸늘한 한기가 느껴지는 해법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살도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해당 상품에 가입한 전체 계약자들의 보호를 위해 고의적으로 가입한 사람만 골라내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자살에 대한 근본적 고민보다는 보험사나 계약자 보호에 치중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자살보험금은 불의의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본래의 목적과도 성격이 맞지 않는다.

자살보험금의 긍정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살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의 막연함을 생각하면 일부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 무섭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남은 가족들에게 보험금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자살 방지를 위한 한 애니메이션 광고에는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해 자살하려는 마음을 되돌리는 내용이 있다. 이와 반대로 남겨진 가족 대신 보험금이 오버랩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자살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을 팔아야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자살로 인한 가정의 붕괴를 막고 유가족을 돌보는 일은 자살보험금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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