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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오바마의 용인술과 우리의 차기 리더십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2 16:52

수정 2017.03.16 10:16

[차장칼럼] 오바마의 용인술과 우리의 차기 리더십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 취임 뒤 첫 각료 인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힐러리는 앞서 민주당 예비경선 당시 오바마에게 인격모독에 가까운 험담을 자주 퍼붓던 다루기 힘든 상대였다. 하지만 오바마는 개의치 않았다. 힐러리도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던지 지명받는 날 "오바마 행정부, 미국에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오바마의 힐러리 지명 과정은 마지막까지 순탄치 않았다. 내부 반론이 오히려 많았다.
우선 힐러리는 야심이 많고 자기 목소리가 강했다. 오바마 참모의 길보다는 강력한 견제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많았다. 힐러리로 인해 백악관과 행정부에 포진한 '클린턴 사단' 부활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때였다. 더구나 정치적 빚이 있던 존 케리 상원의원은 새 내각의 국무장관 자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오바마의 선택에 대해 "충성심이 보장되지 않는 라이벌을 외교수장에 앉혔다는 것은 오바마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뒤에 오바마의 선택은 탁월했음이 입증됐다. 클린턴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연합을 맺은 효과로 오바마는 온건 보수층까지 지지층을 넓혔다. 2012년 재선에 도전한 오바마를 도운 일등공신도 빌 클린턴이었다. 오바마가 공화당 밋 롬니 후보에게 고전할 때마다 마지막까지 자기 일처럼 도왔다.

국가 지도자의 용인술은 한 정파의 수장이 사람을 부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 조기대선을 맞은 우리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반쪽으로 갈라진 현재와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선 차기 리더십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포용의 리더십'과 '탕평 인사'가 강조됐지만 결국 편가르기 인사, 회전문.돌려막기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 대선의 시작이고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요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세론을 펴고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 캠프인사 몇몇과 점심을 했다. 그 자리에서 탈당한 김종인 전 의원, 당 경선 시작일에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시장이 화제로 올랐다. 문 전 대표 캠프 인사는 경선을 돕기는커녕 쓰고 남는 돈까지 기부하는 기사를 냈다며 박 시장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태도가 불만이라는 취지였다.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빚만 7억원인 박 시장이 27년 동안 32억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선과는 취지도 달랐다. 김 전 의원의 탈당 문제를 두고도 참석한 기자는 "총선을 이끌어달라고 영입했던 분인데 문 전 대표가 직접 찾아가 손이라도 잡고 만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충고했지만 문 전 대표가 김 전 의원을 다시 만났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리더십은 폭넓은 포용에서 나온다. 진정한 지도력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8%'에 속한 국민까지 보듬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자기 지지층만의 반쪽의 대통령에 머물게 된다. 또 그런 정치가 이어지면 결국 지지층도 등을 돌린다.
역대 정권의 실패가 모두 그랬다.

cerju@fnnews.com 정치부 심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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