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성공하는 대통령을 뽑으려면

누가 돼도 최약체 대통령
협치는 선택 아닌 필수
이념·패거리 정치 몰아내야

파면당해 청와대를 떠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번에는 성공하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

대통령 선거일이 불과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유례가 드문 벼락치기 선거다. 당내 경선을 포함해 6개월이 걸리는 과정을 두 달 안에 속성으로 마쳐야 한다.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각 후보들의 공약 개발과 집권 후 국가운영 설계도 구상 등이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 유권자들도 후보자 탐색 시간이 부족해 충동구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걱정이 앞서지만 우리가 역대 정부의 실패 경험에서 유익한 교훈을 얻을 수만 있다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이념 과잉의 시대다. 세계는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아직도 20세기에 갇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이념으로 재단하고 편 가르기 하는 지도자를 뽑아서는 안된다. 이념이 같으면 동지, 다르면 적이 되는 시대는 그만 접어야 한다. '보수 대 진보'로 편을 갈라 대결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협치와 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든 득표율과 원내 의석점유율이 모두 과반에 미달하는 상태로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약체 대통령의 출현이 거의 확실하다. 총리 임명과 정부조직법 개정, 내각 구성에서부터 벽에 부닥칠 것이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려면 정당 간 협치와 연정이 필수적이다. 협치와 연정을 도모하는 데 있어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은 장애요인이다. 이념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 이념에 집착하는 지도자를 뽑는다면 임기 내내 정쟁만 하다 끝날 것이다.

패권주의도 이념의 정치 못지않게 나쁘다. 패권주의 정치는 다른 말로 하면 패거리 정치다. 대통령이 집권당 안에 별도의 세력권을 만들어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친박이나 노무현정부에서 친노가 그랬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을 앞세운다. 대권 주자들 가운데 누가 이런 정치를 할 개연성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걸러내야 한다. 대권주자들의 국정 수행능력과 자질 검증에 주력해야 한다. 후보자는 물론이고 캠프 핵심 인력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권시 그들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요직에서 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국가적으로 안보와 경제가 위협당하는 중차대한 국면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느라 국력과 시간을 소모했다. 이젠 이념의 정치, 패권주의 정치가 더 이상 우리 정치 무대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자. 실용의 정신으로 협치와 연정을 통해 민생을 최우선으로 돌볼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지역이나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후보들에는 과감히 레드카드를 내밀자. 후보 주변 인물 가운데 비선이나 문고리권력 추종자들이 있는지도 유심히 살펴보자.

지난 1월 감동적인 고별연설로 미국인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주고 떠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식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그런 멋진 대통령을 가져볼 수는 없을까.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도 좋다. 제발 임기를 마치는 날 국민 대다수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