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가계빚 한계가구 200만.. 美 금리인상 '재앙' 되나

16일 美 FOMC
한은 당장 금리 안올려도 시장금리는 오를 수밖에
부동산시장까지 침체땐 생계 위협 가구 급증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1344조원, 풍선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파이를 키운 것은 2%대 초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과 꺼질 줄 모르는 부동산시장 활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추세가 지속될 경우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부동산시장도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4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금리는 뒤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은행 대출금리 상승은 가뜩이나 부채가 불어난 가계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고된 금리상승

1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이 신규취급한 가계대출 금리는 3.39%, 미국이 첫 금리인상을 단행한 지난해 12월(3.29%)과 비교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최저점이던 지난해 8월의 2.95%와 비교하면 0.44%포인트나 올랐다. 미국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시장은 그와 상관없이 상승세로 반전됐다.

더 큰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을 때다.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리범위가 0.75~1.00%가 된다. 이후 한 차례만 더 올리면 한은 기준금리와 같은 1.25%까지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같거나 역전된다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유출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은도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만은 없는 셈이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이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변동금리 대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신용대출이나 제2금융권 대출 등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대출일수록 변동금리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권 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9.4%에 불과하다. 마이너스통장이나 예.적금, 기타부동산담보대출 등은 변동금리 비중이 95.1%에 달한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취약차주의 경우 변동금리로 취급되는 신용대출과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일반 차주에 비해 높은 데다 소득여건도 미흡하다"면서 "금리 수준이 높은 대부업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거래하는 채무자들은 금리상승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폭탄 터지나

이날 한국신용평가가 통계청과 한은,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을 빼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구가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가 약 1086만가구인 점을 고려할 때 모두 200만가구가 넘는 셈이다.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은이 한계가구로 판단하는 총부채상환비율(DSR) 40% 이상인 가구는 13.8%(약 150만가구)로 이보다 적다.

한신평은 여기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고 경상소득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각각 20%, 14.9%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원리금을 상환하고 나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 비중이 33.6%까지 늘어났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 3분의 1 이상이 한계가구로 분류되는 셈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받지 않는 비주택담보대출이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제2금융권 가계부채는 대출금리가 높은 대신 심사 문턱이 낮아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윤기 한신평 연구원은 "자영업자 대출은 주택에 비해 가격변동 민감성이 높은 비주택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그 부담이 크다"면서 "높은 완충력을 보유하고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의 위험 민감도도 한 차원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