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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우조선 또 밑빠진 독에 물 부으려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5 16:56

수정 2017.03.15 17:37

정치 논리에 휘둘려 실기.. 구조조정 강도 더 높여야
대우조선해양에 2조~3조원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15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삼정KPMG의 실사 결과 대우조선은 연내 최대 3조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회사채 만기 도래액이 9400억원에다 연간 적자 예상액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채권단 공동관리)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부 지원방안은 23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3조8200억원이 투입됐다. 당시에도 부실기업에 대한 무원칙한 구제금융 지원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당초 정부와 채권단은 자금지원만 제대로 이뤄지면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실적은 목표치의 13%에 불과했다. 아무리 조선업이 불황이었다고 하나 회생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질적인 기업회생보다 세금 퍼주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막대한 혈세 투입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은 1년반도 지탱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이 회생하지 못한 것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운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부실기업 회생작업은 채권단과 기업 경영진, 노조 3자의 고통분담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당국은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당사자의 고통 대신 국책은행을 동원해 혈세로 부실을 메워주었다. 당국이 세금으로 부실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에게 선심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

원칙 없는 부실기업 지원이 구조조정 시기를 지연시켜 부실만 키운 꼴이 됐다. 그렇다고 부실기업을 지원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기업이 부실을 떨어내고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직간접 고용인원이 4만8000명에 달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수주잔고도 114척에 달해 선박 건조를 중단하면 계약 위반에 따른 매몰비용도 막대하다. 추가 지원이 없으면 당장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을 상환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부실기업에 혈세를 털어넣는 악순환을 한없이 되풀이할 수는 없다. 내년에 세계 조선경기가 살아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안이한 대처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위기일수록 원칙에 입각한 과감한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고통분담·후지원'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경영진과 노조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지난해 서울 사옥과 자회사 등을 매각하고 3000명 이상을 감원했지만 이보다 훨씬 더 과감한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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