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뭐 이런 걸 다..] 믿었던 ‘은행 OTP’에 발등 찍혀 보셨나요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9 09:00

수정 2017.03.19 09:20

숫자가 나와야 하는데 웬 `dnld`?
중요한 거래는 지점 가는 게 상책?
자료사진=금융결제원
자료사진=금융결제원
스마트폰과 함께 현대인의 필수품인 은행OTP발생기. One Time Password의 약자로 인터넷뱅킹에 필수입니다. 계좌이체 시 OTP발생기 버튼을 누르면 액정에 일회용 비밀번호가 뜹니다. 누를 때마다 바뀌는 이 번호를 입력해야만 이체할 수 있습니다. 1분 동안만 유효한 번호라 해킹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엄지손가락만 한 토큰형도 있고 딱 신용카드 크기의 카드형도 있습니다.

OTP는 보안카드 방식보다 안전하고 사용방식은 간편해 보편화 된 지 오래입니다.
이체한도액도 훨씬 높습니다. 각 금융회사나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1일 한도액은 50배 · 1회 한도액은 20배 높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보안카드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업이나 부동산거래 때에는 이체한도액이 낮아 OTP발생기가 필요합니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58개 은행·증권회사 등에서 발급한 1830만 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래 건수 2016년 3/4분기보다 5.7% 늘었습니다. 2007년 6월 등장 이후 누적 거래 건수는 68억 5천만 번입니다.

이렇게 한도액도 넉넉하고 간편하다고 믿었던 OTP발생기는 말썽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배터리 방전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이때는 지점에 방문해 재발급받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버튼이 잘 못 눌려 배터리가 불필요하게 소모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용 후에는 반드시 버튼을 눌러 전원을 꺼야 오래 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Lo bat (Low Battery) 메시지가 떴다면 배터리 수명이 임박한 것이니 미리 영업점을 방문해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발급받은 지 1년이 안 됐다면 무료입니다만, 넘었다면 3천~1만원을 또 내야 합니다. 사용 불가능한 발생기는 쓸데없는 물건이긴 합니다. 그런데 돈 주고 발급받은 것을 은행이 아무 보상 없이 당연한 듯 반납을 요구합니다.

또한 OTP발생기는 얌전히 지갑이나 가방 안에 있는 데도 기기 고장으로 엉뚱한 오류 메시지가 뜨곤 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숫자가 나와야 하는데 `dnld`라는 영문이 나와 난감했다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나 사업상 중요한 일에 갑작스러운 오류 메시지는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즉시 송금 못 해 계약이 무산되거나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신뢰관계에도 금이 가는 등 무형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기 고장 염려로 송금할 때마다 지점을 가야 한다면 인터넷뱅킹의 의미도 사라집니다.

온라인에는 OTP발생기 고장을 경험한 사람들이 호기심에 직접 분해해 배터리 교체나 수리를 시도하는 체험기가 올라오곤 합니다. 하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OTP 공급업체와 시중은행 관계자는 “발생기는 분해하면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지점에 방문해 교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OTP·공인인증서를 대신해 절차가 간편한 생체인식·신용카드를 이용한 인증수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OTP발생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결국 OTP발생기의 단점인 기기 고장 가능성 탓에, 중요한 금융거래는 지점에 직접 가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적어도 고장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은행 영업시간 안에 거래하는 게 안전한 방법입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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