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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반칙'한 농식품부를 위한 변명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9 14:09

수정 2017.03.19 14:09

[현장클릭]'반칙'한 농식품부를 위한 변명
농림축산식품부가 '반칙'을 했다. '반칙'이긴 하지만 '할 말이 많은' 반칙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BBQ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를 이유로 치킨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농식품부가 세무조사와 불공정행위 조사를 거론하며 엄포를 놓았다. 무턱대고 가격 인상을 막은 것은 아니다. 이들 업체는 닭고기 생산업체와 공급 상·하한선을 사전에 정해 생닭을 공급받는, 시세 반영 방식이 아닌 사전 계약 방식인 탓에 AI가 치킨값을 올릴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그 이유는 농식품부가 이들 업체에 경고하기 위해 꺼낸 '카드' 때문이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조사권한을 가진 부처와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특히, 국세기본법 상 구체적인 탈세 제보가 있는 경우 등 위법 사실이 있을 때에만 세무조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고위공무원이 세무조사를 언급하면서 매를 벌었다. 대통령도 탄핵하는 시대에 정부가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을 올리려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난이 몰아쳤다.

물론 농식품부가 '반칙'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 만으로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왜곡되고 있는 본질은,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값을 올릴 이유가 될 수 없는 AI를 빌미로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된 치킨값을 올리려고 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농식품부가 문제삼은 업체들은 '동네통닭집'이 아닌 '치킨업계의 대기업'들이다. BBQ만 봐도, 가맹점 수가 1381개에 달하고 가맹점 당 연평균 매출액이 3억7159억원에 달한다. 가맹비는 최대 3200만원으로 서민층의 1년 소득 수준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BBQ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 서민인 도시 소상공인들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만약 이 업체가 진정 가맹점주의 생존을 걱정했다면 진작 가맹비를 내렸을 것이다. 가격인상 명분이 궁색해진 이 업체는 수정 보도자료를 통해 배달 애플리케이션 주문 비용(마리당 약 900원)을 내세웠지만, 배달앱 업계 1위 업체는 이미 2015년 8월 수수료를 전면 폐지했다고 밝혔다. 이러니 기회만 살피다, AI가 터지니 이때다 하고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의혹이 안 들 수가 없다.

이런 업체를 두고만 보는 것도 정부의 역할은 아니다. 가뜩이나 장바구니 물가가 절정에 달하고 있는 시절이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격 인상에 앞장서던 업체가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가격인상이 부당하다면 소비자는 다른 업체를 선택함으로써 그 업체를 응징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10년 12월 롯데마트가 내놓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이 사라진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 당시 BBQ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은 '반시장주의적' 논리로 '통큰치킨'을 없앴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도 여타 업계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이익 앞에선 어떤 조직보다 단결이 잘 됐다는 말이다. 만약 농식품부가 BBQ의 가격인상을 막지 않았다면, 이들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은 가격을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가격을 올린 업체를 벌한다'는 시장논리로는 국민들이 정당한 가격에 치킨을 먹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연간 1인당 16마리의 닭을 먹는다.
이것이 농식품부를 위해 변명을 늘어놓는 이유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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