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우조선은 되고 한진해운은 안되고?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3조∼4조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까지 거론된다.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쏟아붓고 인력감축 등 자구노력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수주가뭄으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또다시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하면서 "(더 이상) 추가 신규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랬던 금융당국이 1년5개월 만에 원칙을 깨고 추가 지원 카드를 빼들었다. 금융당국이 원칙을 깨면서 내건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하면 56조원에 달하는 국가경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제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로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난 2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한진해운에 대해 파산선고를 내렸다. 1977년 설립돼 우리나라 수출품목을 싣고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세계 7위 선사로 올라섰던 한진해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4년부터 대한항공 등 주력 계열사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한진해운에 수혈했다. 하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고, 조 회장은 추가 자구안을 제출한 이후 마지막으로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부족자금 1400억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결국 파산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채권단은 채무재조정 등을 통한 정상화 가능성, 회사 정상화에 대한 대주주의 의지,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며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 큰 손실을 줬다"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운영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었다.

이 같은 원칙론 속에서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은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고, 작년 우리나라 해상운송 관련 국제수지도 5억3060만달러(약 6000억원) 적자를 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조선과 해운업종의 구조조정 처리과정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대우조선해양은 되고, 한진해운은 안됐던 것일까.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결국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에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파산 시 56조원 국가경제 손실'이라는 논리에 대통령까지 강조했던 원칙론이 휴지조각이 됐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리는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용도폐기됐다고 생각했던 '대마불사론'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에 앞서 이 부문을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비판에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shin@fnnews.com 신홍범 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