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슈 분석]

‘1%대 저성장’ 경고등 켜졌는데.. 일자리 공약부터 검증 시급

‘정의’ 화두에 경제는 뒷전 실업자 수 16년만에 최고
창조경제 등 모호한 개념 박근혜 정부 실패 답습 우려
AI·4차산업 등 대비 위해 기술력 가진 인재 키워야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중요한 시기인데도, 이번 대선에선 경제 이슈가 좀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19대 대통령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각종 경제 이슈가 정치 이슈에 함몰돼 대선 국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점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월 실업률이 5.0%를 기록하고 실업자 수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해결되면 가계부채나 양극화 같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각종 경제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며 일자리 정책만큼은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선 실종된 '경제 이슈'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췄다. IMF는 작년 10월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선 한국 경제성장률을 3.0%로 내다봤다. IMF가 하향조정한 2.6%는 우리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와 동일한 수치로 다소 낙관적이다.

심지어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2.4%로 전망하고 있어 이를 밑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스, JP모간, 모간스탠리 역시 각각 2.3%로 예상하고 있고, 한국 경제의 '속내'를 잘 안다는 일본 노무라는 1.5%까지 내려잡았다. 이미 내부에서도 1%대 성장에 대한 경고가 제기됐다.

작년 말 KDI는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이 급변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대외 여건은 급변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대표적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중국의 보복이 계속된다면 한국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이번 대선에서 그 어떤 것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현 대선국면에선 경제는 뒷전이다.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17, 18대 대선의 화두는 '경제'였지만 이번엔 '정의'"라며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지만, 그보다 탄핵된 대통령을 보면서 느끼는 분노가 더 크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러다가는 이번 대선에서도 실현 가능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서 지난 1월 18일 '2017년 국내 10대 트렌드' 1순위로 '폴리코노미(Policonomy)'를 꼽았다. 이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현상을 말한다.

■"일자리 정책은 반드시 검증"

하지만 이런 식의 선심성 공약이 남발된다면 앞선 박근혜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창조경제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시작해 경기불황에 들어서자 단기성.단발성 정책만 냈다"며 "결국 원인은 경기불황인 만큼 기업이 채용을 늘리도록 하고 고용정책을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2월 당시 실업률은 4.0%, 청년실업률은 9.1%였지만, 4년간의 재임기간 중 각각 1.0%포인트, 3.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4년간(2013∼2016년) 일자리 예산이 총 52조3000억원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을 고려해도 확연히 악화된 지표다. 일자리 대책이 미봉책에만 그쳤다는 방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청년고용증대세제' 등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정부가 개인적으로 400만~500만원씩 목돈을 쥐어준다고 취업난이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지난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정교하지 못한 방식으로 쓰이다보니 그 효과도 미미했다. 예컨대 혁신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의 촘촘함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창업 관련 정책 역시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엔 보탬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창업이라면 벤처인데, 벤처산업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 아니다. 애초부터 창업 정책으로는 고용시장을 좋게 만들 수 없었다"며 "일자리 관련 정부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일시적인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진단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제조업, 수출, 대기업이라는 3대축이 흔들리면서 고용시장도 급격히 어려워졌다"며 "이런 성장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진단을 통해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원인은 신산업에 대한 기술력이 없어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4차산업 등 기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이공계 대학교육 개편이나 정부연구소 설립 등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