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대책없는 정부와 포커페이스 기업인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9 17:26

수정 2017.03.19 17:26

[차장칼럼] 대책없는 정부와 포커페이스 기업인

답답할 뿐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처방안 이야기다. 어떤 기업인은 말했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없다'고 했다.

사태는 이미 발생했다. 정부는 냉정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외교·국방의 문제로 민간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일은 예고된 일이었다. 공식적은 아니라도 상황발생 시 비상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기업인들은 정부 당국자에게 이 같은 내용은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에 사드배치가 공식 발표된 지난해 7월부터 상황은 더욱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기업인 A씨는 "당시 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죠. 그러나 돌아온 답은 비공식적 대응인 만큼 정부 기관이 입장 표명을 할 수 없다는 게 전부였다"고 했다. 기업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중국 사드 관련 대응 방안은 이렇다. 먼저 △해외인증 획득비용 지원 △중국 바이어 발굴 및 수출선 다변화 지원, 판촉전.수출상담회, 수출바우처 등 지원 확대 △보호무역으로 피해 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대상 포함이다. 여기에 보호무역 모니터링 체계를 중국 대응 태스크포스로 격상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절박함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 몇개월째 통관이 거부되고, 자금 회수가 서류 불충분으로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기업과 거래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범중국권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런데 대책은 연초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정책 계획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시장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맞다. 우리 기업들도 중국시장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지 말고 중국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봐야 할 때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하루아침에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인가. '중국 정부가 경제보복을 공식화하지 않아 대응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입장처럼 기한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최근 1~2년 전만 해도 '수출 중소기업 육성에 앞장서겠다'며 수출 전도사를 자처한 신년사나 취임 일성을 내세운 기관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17년 현재 이들의 어려움과 고충에 대해 기업인 입장에서 제대로된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대책을 듣던 한 기업인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보복 조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으니 안다 해도 대책을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외교적 문제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기업의 몫이 된다. 기업인의 '벙어리 냉가슴'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가.

spring@fnnews.com 이보미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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