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fn논단] 기준금리, 동결이 최선입니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0 17:14

수정 2017.03.20 17:14

[fn논단] 기준금리, 동결이 최선입니까

지난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작년 12월에 이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다시 올린 것이다. 미국 경기흐름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하에 연준이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이제 문제는 한국은행의 금리결정이다. 복잡한 경제환경 속에서 금리방향성을 결정해야 하기에 한국은행의 고민은 무척이나 깊어지게 될 것이다.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올리기도 부담스러운, 이른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형국이다.
인상과 인하가 모두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은행이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그런데 인상과 인하가 모두 어려우면 동결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동결이 다른 두 대안에 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현재 국내 경기지표를 살펴보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하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실업률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불황기에 대한 한국은행의 일반적인 금리처방은 기준금리의 인하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현명한 정책적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금리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거의 없음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폭증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뇌관이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부채증가를 부추길 우려가 큰 금리인하는 더 이상 활용가능한 카드가 아닐 것이다.

기준금리의 인상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으며 기업투자도 더욱 움츠러들 수 있다. 더욱이 기준금리 인상은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늘어나는 이자상환 부담에 상당수의 가계가 부채를 갚지 못하는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인상이나 인하와는 달리 지금 당장 크게 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금리동결은 우리가 가진 문제를 정공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문제의 발생시기를 미래로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경제에 상처가 생겨서 곪기 시작하는데 근원적인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통제를 주사해 아픔만 달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모든 진통제에는 부작용이 있다. 미뤘다가 나중에 대응하려면 훨씬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어떤 금리결정이 최선일지를 생각해본다. 기왕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리고 한번에 강하게 맞는 것보다는 약하게 여러 번 나누어 맞는 것이 버티는 데에 유리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를 예상하며 대응전략을 수정하고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국내 시장금리에 이미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과감한 방향전환을 기대해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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