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식비·교통비만 지급".. 국회 입법보조원 열정페이 논란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0 17:49

수정 2017.03.20 21:48

의원실서 2~6달 근무하며 업무 전반에 동원되지만 한달에 고작 20만~50만원
의원실 정직원 채용위해선 입법보조원 경력 필요해
알바생 시간꺾기 등 노동력 착취가 사회문제인 가운데 국회에서도 입법보조원 열정 페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의원실에서 입법보조원을 채용하면서 근로일, 시간 등 근무조건을 공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노동에 대한 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열정 페이는 무급 혹은 적은 월급을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말한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에 등록된 입법보조원은 290명에 이른다. 의원 1명당 1명꼴로 입법보조원을 두고 있는 셈이다. 보조원 업무가 국회 인턴, 보좌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이들을 차별하고 있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채용공고 의원실 7곳, 임금제공 불과 2곳

그러나 입법보조원들은 노동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누리집 '의원실 채용' 게시판을 보면 올해 7곳의 의원실에서 입법보조원 채용(모집)공고를 냈다. 이 중 근무에 대한 임금을 제공하는 의원실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유동수 의원실 등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의원실은 교통비 혹은 식비 명목으로 20만~50만원을 제공할 뿐이다. 보조원 사이에서 '열정페이'라는 불만이 생기는 이유다.

지난 13일부터 입법보조원을 채용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A의원실은 급여 명목으로 '교통비, 식비 등'을 제공한다고만 명시했다. A의원실은 지난해에도 입법보조원 무급 채용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B의원실은 1월 채용공고를 내면서 '의정활동 및 SNS 홍보활동 등 업무전반 지원'으로 주요업무는 명확히 표기했지만 급여, 근로일 등 각종 근무 조건은 누락했다. 채용에 응시하는 입장에서는 기본 급여, 근로 일수 등 간단한 근무조건을 모른 채 지원해야 하는 셈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입법보조원들에게 국회에서 업무를 가르쳐 주는 데 굳이 임금까지 줄 필요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다른 관계자는 "사람마다 근무할 수 있는 능력이 천차만별이라 채용과정에 근무조건을 고정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협의를 통해 정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주민 의원실 등 2곳은 올해 채용에서 보조원 임금을 국회 인턴에 준하는 정도로 제공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인턴, 보조관 등과 보조원이 유사한 일을 하기 때문에 근무자로 보고, 매달 100만원가량의 임금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규정상 입법보조원은 국회 근로자가 아닌 출입증 발급 대상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국회사무처에서 임금이 지급되는 보좌관, 인턴 등과 달리 입법보조원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규정 위반이 아니다.

결국 임금을 의원실에서 자체로 제공해야 하는 탓에 임금 대신 '00의원실 수료증' 등 추천장, 표창장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공신력 없는 증서에 불과하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회 인턴으로 들어가려면…한숨만"

이 때문에 입법보조원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의원실 정직원으로 채용되기 위해 입법보조원으로 경력을 쌓지만 이 과정에서 저임금.중노동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입법보조원으로 일한 B씨는 "국회에서 일하며 국감시즌에는 모든 잡일을 도맡고, 야근까지 했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국회 인턴이라도 들어가려면 입법보조원 경력이 필요해 무급으로 일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입법보조원과 국회인턴들이 국회인턴유니온을 발족해 입법보조원의 노동착취 문제를 수차례 고발하기도 했다. 유니온 한 관계자는 "지난 2년 간 입법보조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크게 변한 건 없었다"며 "입법보조원이 국회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라면 인턴 제도로 해결해야 하며 급여주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이 단체는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국회 내부에서는 의원들이 직접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전직 의원 보좌관은 "입법보조원 무급 문제는 오래된 관행으로 문제가 줄곧 제기됐지만 국회 내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야 바뀐다"고 밝혔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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