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기업총수 출국금지, 법적 근거 없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1 19:20

수정 2017.03.2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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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넘도록 해외출장 못가 글로벌 기업경영 어려움 겪어
[특별기고]

지난해 12월 21일 특검 개시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출국이 금지됐다. 특검이 종료 된지 3주가 지난 현재도 여전히 이들에 대한 출국이 금지된 상태이다. 3개월이 넘도록 총수들이 해외출국이 금지되니 해당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총수의 출국이 금지된 기업 모두가 글로벌 기업임을 감안하면 경영활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 중 수사 중인 기업 총수인 경우에는 다소 이해가 되나, 수사가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출국금지를 연장하는 것은 분명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출국금지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즉, 단순한 공무수행의 편의를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행한 출금조치에 대하여는 이전부터도 빈번하게 요청기관의 포괄적 재량권행사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기업총수들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역시 이러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법리상 이번 기업총수들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에서는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그 출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출금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와 관련한 재량의 범위를 축소하기 위하여 법무부령에 출금조치 대상자의 범위를 명확히 열거하고 있다. 즉, 병역법 위반자, 조세포탈범, 여권위조자, 공금횡령 등 감사원 피감사자, 국가안보 또는 외교관계를 현저하게 해칠 염려가 있는 자 중 범죄 수사대상자만을 출금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최 회장이나 신 회장에 대한 이번 특검수사의 경우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된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에 있어서 출금조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난 해 12월 말부터 취해진 기업총수들에 대한 이번 출국금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고 해석된다.

물론, 정부는 이번 기업총수들 출국금지는 공공복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에 이번 출금조치는 법률적 근거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기업총수들이 직접 위법성 내지 위헌성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출금조치를 당한 피해자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데, 관치경제의 전형인 대한민국에서는 어불성설인 해법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롯데그룹 신 회장은 지난 3개월이 넘도록 한 차례의 조사도 받은 적 없다. SK그룹 최 회장은 최근 조사를 받기는 하였지만 출금조치기간 동안 새로운 먹거리창출을 위한 해외 공장 설립 및 도시바 인수 등을 추진함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그룹 신 회장의 경우에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사드보복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데도 중국을 방문하지 못해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출금은 지난 6개월간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분노하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항변에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은 엄연히 법치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출금조치로 인해 검찰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조속한 해금이 필요하며, 수사할 때만 출금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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