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건보 시스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2 17:12

수정 2017.03.22 17:12

[특별기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건보 시스템

최근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 한류(韓流)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올해 3월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중동의 바레인 정부 사이에 계약이 체결된 '바레인 국가건강보험시스템 개혁협력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번 계약은 올해 4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바레인에 의약품 관리, 건강보험 정보, 의료정보 활용 등 건강보험 운용시스템 전반을 구축하는 155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국제협력 모델이 되고 있다.

첫째, 한 국가의 건강보험 운용시스템이 다른 국가에 이식되는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건강보험제도는 국가마다 서로 다른 경제적.사회적 환경에 맞추어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바레인 정부가 자국의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한국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것은 한국의 건강보험 관리시스템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건강보험 관리운용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은 그 나라의 보건의료 분야에 고속도로를 놓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시스템을 깔아놓으면 우리가 만든 의약품과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이 더욱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앞으로 계속될 의료 한류의 흐름에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보건의료 관리시스템의 수출이 본격 궤도에 이르고 나아가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바레인은 이번 프로젝트를 완수한 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요르단 등 걸프지역 6개국에 심평원과 공동 진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과거 오일머니 덕분에 자국민이 해외에서 수술받는 비용까지 정부가 부담해왔다. 그런 중동 국가들도 이제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보건의료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기에 바레인의 사례는 주목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뿐만이 아니다. 유엔은 2015년 천명한 지속가능 목표 중 하나로 '보편적 건강보장'을 포함시켰다. 세계 각지에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다. 한국의 건강보험 관리시스템이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가면 이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건강보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령화로 의료비는 급증하고 효율적인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건강보험에 대해 일부 불만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만큼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국 제도를 수입하던 처지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들어 발전시킨 제도를 수출하는 단계까지 와있다. 지구촌 인류의 건강 보장에 기여하는 국가로 올라온 것에 온 국민이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이번 '바레인 프로젝트'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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