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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중국의 민낯을 보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3 17:02

수정 2017.03.23 17:02

[여의나루] 중국의 민낯을 보며

한·중 관계는 이웃한 두 나라로서 긴 역사 속에서 많은 부침과 굴곡이 있었다. 중국의 왕권이 강해질 때 한반도의 조정은 그 위세에 눌리고 시달렸다. 1840년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국난을 겪었던 중국은 마오쩌둥의 대장정과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를 거쳐 이제 더 이상 빛을 감추지(도광) 않고 오히려 떨쳐일어선(굴기)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중국을 미국과 함께 G2라고 부르고 있다.

미·중 수교 이후 13년이 지난 1992년 우리나라도 중화민국(지금의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는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25년 동안 양국관계는 세계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교역·투자·인적왕래·문화교류 등 많은 분야에서 첫 번째 파트너가 되었다. 이런 관계를 양국 정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중국어를 해야 먹고살기 편하다는 생각에 노소를 불문하고 본토 중국말 학습 열풍이 일었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중국에 또는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흡족과 도취가 있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의 유세를 보고 우리는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이제는 분개를 금할 수 없는 심경에까지 이르렀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공격용 무기가 아님을, 또한 그 레이더의 탐지능력도 매우 제한적임을 천하가 알고 있다. 증대되고 있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자는 조치이다.

그런데 왜 중국이 관광객의 발길을 돌려놓고, 특정 기업을 이지메하면서 불매운동까지 하고 급기야 우방국의 국기까지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을까. 그간 구동존이라는 알 듯 말듯한 방책으로 못본 채 옆으로 제쳐놓았던 가치의 다름이 불거지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많은 질문이 솟아난다. 왜 중국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북제재에 늘 뒷문을 열어두어 제재 효과를 떨어트리려 했을까. 지난 20여년간 북핵 문제에 대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입장을 줄기차게 유지해온 중국은 가끔 평양에 듣기 싫은 소리를 해왔지만 문제 해결보다는 적절한 관리에 주력했던 것은 아닌가. 공산당 일당 독재의 중국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국경을 접하게 되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결코 간단치 않다. 결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의 존중, 표현과 언론의 자유 등 기본적 가치에 대한 생각이 다른 이상 앞으로도 한·중 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따른 협력과 함께 여러 형태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북핵 문제와 한반도의 평화 문제가 급박함을 더해갈수록 갈등과 의견차이가 더 첨예해질 수 있다.

중국은 싫으나 좋으나 지리적으로 매우 근접한 나라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깊은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리더십이란 덩치에 더하여 보편적 도덕성이 유지되는 바탕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우격다짐이 21세기 지구촌의 질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각오와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중국의 부당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우리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일이다.
나부터 중국의 조치로 힘들어하는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하나라도 더 사서 힘을 보태고 싶다.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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