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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북 정책 '코리아 패싱'을 우려한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3 17:02

수정 2017.03.23 17:02

Korea Passing
한반도 이슈 美·中이 좌우.. '장기판 졸' 신세될까 걱정
한반도의 안보 지형이 요동칠 참이다. 고삐 풀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미 하원은 22일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수입까지 차단할 수 있는 제재 법안을 발의했다. 초강력 처방이다. 문제는 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북.중 대 한.미.일 대치 가능성을 예고한다는 점이다. 이런 강 대 강 대치 구도에서는 한국 외교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22일 공중폭발로 실패했지만 16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초강력 대북제재안은 북의 위협이 용인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가리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대안인 원유 공급 금지 카드는 중국의 동참이 관건이다. 물론 이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만일 미국이 원유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올릴 경우 미.중 격돌은 성냥만 그으면 폭발할 '플래시 포인트' 국면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중 대치가 가팔라질수록 북핵 방어용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조차 반대하는 중국이 더 북한을 싸고도는 악순환이 야기될 수 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똥이 튈 경우 설상가상이다. 이는 당사자인 한국을 건너뛴 채 주변 강국이 한반도 이슈를 좌지우지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현실화하는 것을 뜻한다.

미 조야에서 차기 한국 대통령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국무부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 문재인 전 대표의 외교보좌진들을 만나 의중을 탐문한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사정이 이럴진대 문 후보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후보들이 국회 비준 운운하며 사실상 사드를 반대하고 개성공단 재개를 거론할 때인가. 개성공단 한국제품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거나 사드 철회로 한.미 관계가 금가는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섬뜩하다. 한.미 동맹이 허물어지면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의 '근육질 외교'는 일상화될 것이다.
우리 어깨 너머로 한반도 문제가 미.중에 의해 '요리'되는 빌미를 자초해선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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