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통신사 상생선언에 거는 기대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3 17:23

수정 2017.03.23 17:23

[기자수첩] 통신사 상생선언에 거는 기대

"이동통신 3사가 (과거처럼) 가입자를 뺏기 위해 이전투구하지 않을 것이다. 5세대(5G) 시대에는 모두가 잘하기 위해서 상생적 경쟁을 해야 한다."

지난달 열린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를 취재하면서 인공지능 등 여러가지 기술 발전과 시장의 변화를 체감했지만,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바로 우리나라 통신 3사의 인식이었다.

올해 MWC에서는 각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쟁회사 부스를 방문해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칭찬하고, 배우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통신사 간의 상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지난해 MWC 출장에서는 통신 3사 간의 쓸데없는 신경전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정에도 없던 SK텔레콤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아 난감했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KT가 CEO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기자 간 업무분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통상 같은 산업군에 있는 경쟁회사가 같은 시간에 비슷한 비중의 간담회를 열지 않도록 서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불문율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통신회사들이 스페인까지 가서 불문율을 깬 것이다. 당시 통신사들이 내세운 명분은 CEO들의 일정을 조정하다 보니 '어쩌다' 시간이 겹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통신사들이 서로 일정을 양보하지 않고,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일부러 같은 시간에 간담회를 연 것"이라고 해석했었다.

그랬던 통신회사들의 마인드가 1년 만에 달라진 것이다. 눈앞으로 다가온 5G 시대에 국제표준을 정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아 통신사들의 상생 움직임이 반가웠다.

사실 그동안 국내 통신업계의 경쟁이 치열하고, 소모적 신경전을 일삼았던 이유는 한정된 국내시장만 놓고 싸웠기 때문 아니었던가. 다른 산업들은 세계시장을 놓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동안 통신회사들은 손바닥만 한 국내시장에서 경쟁사 가입자 한 명이라도 더 빼앗아 보겠다고 아옹다옹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상생'을 하겠다고, 시장을 넓게 보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니 다행이다.


5G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동지도 적도 따로 없다. 경쟁회사도, 전혀 관계없는 다른 산업군의 회사도 협력하고 새 사업기회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반가운 국내 통신사들의 상생 바람이 순간적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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