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MRO 상생협약 3년째 제자리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3 17:23

수정 2017.03.23 22:13

[기자수첩] MRO 상생협약 3년째 제자리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상생협약과 관련한 해법찾기가 3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거리 좁히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MRO 상생협약은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내놓은 MRO가이드라인에 기반한다. MRO 가이드라인은 대기업 MRO 업체가 매출 규모 3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만 영업하도록 제한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MRO가이드라인이 2014년 11월 만료된 이후 동반위는 MRO 상생협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여지껏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 MRO 업체들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MRO 대기업들은 지난해 MRO 상생협약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를 검토했다. MRO 대기업들은 2011년 MRO 가이드라인 이후 매출성장이 정체된 것이 불만이지만, 기업의 이미지와 상생을 맞바꿀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1년 13개였던 MRO 회사는 이제 6개만 남았고, 이마저도 중견기업으로 매각되거나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중소 MRO업체들도 MRO 상생협약에 만족하지 못한다. MRO 가이드라인 설정 이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RO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15개 주요 MRO 중소업체의 매출은 지난 2011년 4255억원을 기록한 이후 4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RO 가이드라인에서 사각지대에 놓였던 중견회사들은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뤘고, 현재의 MRO 상생협약에는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MRO 상생협약에 참여하면 대기업처럼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중견 MRO 회사들은 매출 3000억원 이상으로 영업을 제한할 경우, 계열사 물량이 보장된 대기업 MRO와 달리 영업범위가 극도로 좁아지고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 현재의 MRO 가이드라인에 반대하고 있지만, 누구도 이견을 좁히려고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쯤이면 서로가 이견을 좁히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올해마저 MRO 상생협약 체결이 무산되면 상생협약 체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3000억원이 아닌 기업별 비율을 정하는 쿼터제도 검토해볼 만하다. 동반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부디 올해는 MRO 상생협약을 둘러싼 기업들의 갈등이 해소되고, 슬기로운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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