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근로시간 단축’ 반발 일파만파.. "中企 도산·파산 내몰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3 17:29

수정 2017.03.23 21:39

대기업.中企 막론하고 "생존권 위협" 백지화 요구
대한상의 회장단, 각당 대표 찾아 ‘현실 반영’ 촉구
전문가들 "일자리 창출 효과 낮아" 반쪽정책 우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 법안' 발의를 추진하면서 대·중소기업을 막론한 산업계의 반발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경영자단체는 이번 국회의 입법 논의는 노사정 대타협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계는 노동생산성 악화로 생존권 위협에 시달릴 것이라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17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도 이날 각당 대표들에게 포퓰리즘식(인기영합주의) 대선 공약을 지양하고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계의 현실을 반영한 차기 국정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산업 특성을 외면한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창출 효과도 낮은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업계 "노사정 대타협 위배"

23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4회 경총포럼에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2시간)은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의 전제로 산업현장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노사정 합의는 노사 양쪽의 입장을 고려해 기업규모별 4단계 순차 도입과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산업현장에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절실하다"면서 "우리 국민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들이 납품물량과 납기일을 못 맞추고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다 도산이나 폐업으로 몰리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계도 여야 합의에 대해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라며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계도 장시간 근로 관행의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인력 부족과 생산량 감소, 비용증가 등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청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국회 합의는 전체 사업장의 99.5%를 차지하는 30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고, 4년의 유예기간도 실질적으로 민사책임은 즉시 발생하는 등 사실상 규모별 준비단계를 두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상의 회장단은 국회를 방문해 포퓰리즘식 대선 공약을 지양하고 국가 경제의 근본 틀을 혁신하는 내용을 담은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각당에 전달했다. 상의 회장단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직접 만나 경제계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박용만 회장은 제언문을 전달하며 "최근 해외시장은 나아지는데 국내경제는 회복이 더뎌 보인다"며 "지금은 그나마 2%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 변하지 않으면 0%대 성장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제계를 엄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공약은 정책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라살림과 국민의 삶을 결정한다. 대선후보들의 '경제운용 철학'이 제대로 된 경제현실 진단 위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라며 "대선 비전을 수립할 때 경제계의 절박한 고민에 귀기울이고 해법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산업 특성 무시한 '반쪽 입법'

이번 환노위의 근로시간 단축 추진은 부동산임대업, 숙박업, 음식점업 등 초과근로가 불가피한 업종의 특성을 간과한 '입법편의주의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근로시간 단축의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통해 "산업에 따라 근로시간 형태에 큰 차이가 있고 근로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도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규모에 의존하기보다는 산업특성을 고려한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2015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및 임대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파악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월평균 29.7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숙박 및 음식점업은 월평균 20.9시간, 광업 20.9시간, 도소매 15.6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우광호 한경연 노동TF 부연구위원은 "산업별로 상이한 근로시간 현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칫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족한 근로시간이 모두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과 다소 괴리되어 있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부대조건 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연장근무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전선익 김경민 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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