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아비는 국민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너희들을 본다"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4 15:39

수정 2017.03.24 15:39

'서해수호의 날' 연평해전 고 윤영하 소령 부친 편지 낭독
황교안 "北, 군사적 위협 단호히 응징"
"이 아비는 지금 이 순간도 나라를 지키는 우리 국군과 국민의 가슴 속에 당당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너희들을 본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윤영하 소령의 부친 윤두호씨가 24일 국립대전현충원 형충광장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내 아들 영하, 보고 있지"라는 말로 시작한 편지에서 윤씨는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너희들이 진정한 대한의 아들이기에 한없이 자랑스럽다"며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그 때는 조국의 아들이 아닌 아비의 아들로 뜨겁게 만나자.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고 맺었다. 유족들은 윤씨의 목소리에 고개를 떨구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행사 참석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전사 장병 묘역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사자 유족들은 그 날의 애끊는 슬픔이 떠오르는 듯 묘비 위에 새겨진 이름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천안함 장병 유족은 "나는 내 아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데, 사람들 기억 속에선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며 "내 아들이 당장 살아 돌아와 장가도 가고 아이도 낳고 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천안함 피격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도 묘비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묵념했다. 승조원 정다운 대위는 "46명의 전우를 대신해 우리 승조 장병은 더 치열하게 복무하고 있다"며 "적이 다시 도발한다면 무덤이 될 수 있도록 처절하고 가차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북한은 지금 우리의 상황을 잘못 판단해 또다시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단호히 응징할 수 있도록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 달라"고 주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곳 대전현충원에는 북한이 무도하게 자행한 제2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용사들이 잠들어 있다"면서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보역량을 한층 더 강화해 어떤 경우에도 조국을 수호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행사 참석 뒤 현충원 인근 식당에서 천안함 사건 참전 장병 3명과 오찬을 했다. 유 의원은 "오늘 만큼은 모든 국민이 함께 전사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이 조국과 국민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천안함 피격 당시 생존 장병이 겪는 정신적인 피해나 예우 부분에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로 출사표를 던진 같은 당 남경필 지사도 "천안함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한국형 자주국방 완성을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열고 있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정부가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로 희생된 전사자와 순직자의 넋을 기리고 북한의 무력 도발을 상기하자는 취지로 지정했다. 지난해 1회 행사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2회째를 맞은 이날 기념식엔 황 권한대행을 비롯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민주당 박병석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자리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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