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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의사면허 갱신과 ‘의료의 질’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4 17:59

수정 2017.03.24 21:00

[여의도에서]의사면허 갱신과 ‘의료의 질’


최근 의사면허 갱신에 대한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의료의 질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문제의 촉발은 지난 2015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C형 간염 사태였다. 이는 의료진 관리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의사가 3년 전 뇌졸중을 앓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등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 진료를 했던 것이다. 그러자 부인이 병원을 관리하면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의사가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면허가 의사 스스로 면허권을 반납하기 전까지는 자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면허 종신제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등은 의사면허를 종신제가 아닌 '갱신제'로 운영한다. 의료인을 일정 기간마다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번 면허를 받으면 큰 사건이 없는 한 진료를 계속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의료의 질 문제가 제기되자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부터 의료인을 대상으로 3년마다 한 번씩 보수교육을 받도록 하는 면허신고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이를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나의원 사태가 발생한 2015년 기준으로 보수교육을 안 받은 의사는 2만여명에 달한다. 의사 전체 인원이 11만명 정도이므로 20%가량이 보수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물론 다나의원 사태 이후 의료인 면허신고 항목에 건강 관련 내용을 추가했고 보수교육은 출결관리를 강화하는 등 일부 내용은 강화했다. 하지만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협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반의의 전문과목 진료 문제도 의료의 질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일단 의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그와 동시에 진료를 할 수 있다. 비선진료로 떠올랐던 김영재 원장의 진료과목은 성형외과였지만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였다. 실제 김영재 원장의 병원 간판은 '김영재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로 돼 있었다.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김영재 성형외과'로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일반의와 전문의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6년제인 의대를 졸업해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면 '의사'자격증을 얻는다. 이들은 성형외과, 안과 등 전문의가 아니지만 원하면 이들 과목을 진료할 수 있다. 의사들의 약 90%는 의대를 졸업하고도 전문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인턴 2년, 레지던트 2~3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반의보다 보통 4~5년간 더 그 과목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 중 약 75%가 전문의다.

문제는 일반의가 돈이 된다고 성형외과 간판을 내세우며 수준이 낮은 진료를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의료 수준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 수준이 다 높다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의 의료의 질도 함께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차장·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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