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문재인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노..” PK에 부는 변화의 바람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6 17:32

수정 2017.03.26 17:32

(3) 흔들리는 ‘보수의 텃밭’ 부산
이제는 野
朴 전대통령에 실망한 민심 한국당.바른정당 외면 불러
文 거부감에도 화제의 중심.. 안희정 신선 등 시선 변화
그래도 與
50대 중반 이후는 與 선호.. 보수후보 결정땐 표심 결집
홍준표 비판·선호 엇갈려
마음 둘 곳 없어라.. 달가운 후보 없다 냉소적
反文 합치면 안철수로 이동.. 맘 못정한 표심도 상당수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문재인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노..” PK에 부는 변화의 바람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문재인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노..” PK에 부는 변화의 바람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문재인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노..” PK에 부는 변화의 바람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문재인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노..” PK에 부는 변화의 바람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문재인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노..” PK에 부는 변화의 바람

【 부산=김학재 기자】 "부산에 노무현 향수가 강한 사람들이 있죠. 근데 문재인 저 양반을 그렇게 마 좋게는 안보거든." 조기대선을 40여일 남긴 가운데 부산은 더 이상 보수의 텃밭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유신시대 '부마항쟁'을 이끌던 전통 야도(野都)로 회귀하는 것도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부산 민심은 확실히 보수진영에 실망했다. 보수진영인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에선 각당 대선주자들이 지난 21~22일 부산에 모여 지지를 호소했지만 부산 시민의 관심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쏠렸다.

기자가 부산에서 만난 상당수 시민은 대선 얘기를 꺼내자마자 하나같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거부감'과 '뽑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안희정 지사에 대해선 '신선하다'는 평가를 보였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선후보들로 겨우 화제를 돌리면 비판이 우세했으나 간혹 지지의사가 나오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판세가 부산 민심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듯했다. 그러나 자신을 '보수'라고 규정한 시민들의 신중론은 민주당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 "文 대적할 사람이 없다" vs. "아 쫌 아이다"

부산 초량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66)는 "문재인 말고는 대안이 없다.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노"라며 "그래도 우리는 노통에 향수도 있고, 그리니까 문재인 쪽으로 가는 게 많지"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후배라고 밝힌 김씨는 "문재인이 사상구에서 국회의원 한 다음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문재인 미워할 사람들이 좀 있다"면서도 "내도 보수지만, 냉정하게 판단하면 문재인 쪽으로 안가겠노. 사실상 대적할 사람이 없어"라고 평했다.

그러나 김씨는 안희정 지사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김씨는 "부산에서 문재인이 강력한데 안희정이 그다음으로 인기 있다. 안희정이가 좀 알려진 게 없지만 신선한 맛은 있다"며 "근데 어찌 보면 안희정은 문재인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같은 노통 패거리들 아닙니꺼"라고 강조했다.

경남 사천에서 근무한다는 30대 전모씨는 "한국당도 싫다. 주변 동료들 모두 민주당을 생각한다"며 "이쪽에 사는 사람들은 이재명은 잘 모르는데 문재인 아니면, 안희정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거부감에 대한 이유로 안보관이 주로 거론됐지만 뚜렷한 이유를 말하는 시민은 드물었다.

자신이 베트남전 참전용사임을 강조한 택시기사 정모씨(73)는 "부산에서 젊은 사람들은 문재인을 좋아할지 몰라도 50대 중반 이후부터는 싫어한다"며 "내가 국가유공자라 보훈병원에 한번씩 가는데 다들 문재인 욕을 많이 한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표는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송정동에서 만난 이모씨(47)는 "어데서 여론조사하는지 모르겠지만서도 문재인도 주위에선 썩 달갑지 않아한다"며 "부산말로 하면 '아 쫌 아이다' 그런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내보다 젊은 사람들은 문재인 좋아하는 거 같던데, 아싸리 문재인 할삐야 안희정이가 낫다"며 "다수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한다. 문재인보다는 안희정이가 낫다고"라고 부연했다.

■"보수들이 많지만…변화가 오지예"

부산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밝힌 시민들은 하나같이 부산 민심이 변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대선 때 보수진영 후보는 찍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머뭇거렸다. 민주당 경선 이후 보수진영 후보들이 선출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만난 50대 박모씨는 "내만 해도 보수죠. 부산에 보수들이 많은 편인데 변화가 오지예"라면서도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인가"라는 질문엔 "지금 같으면 아이고 귀찮다. 정견 발표하는거 들어보고 해서 찍을끼다"라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비판은 거셌지만 간혹 지지 의사를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다만 바른정당과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 등에 대해선 평가가 박했다.

중동에서 만난 60대 강모씨는 "안철수는 내 중학교 후배인데 부산에서 어렵다"며 "부산 출신이란 것밖에 없는데 그동안 왔다갔다 하면서 뭘 했나. 정식 지도자로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택시기사 정모씨(73)는 "홍준표랑 안철수 보면 안철수가 더 깨끗할 거 같애"라며 "융통성이 없어서 그렇지. 만약에 합쳐서 안철수가 나오면 안철수 찍는다. 내 처음으로 다른 거 찍는기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지사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수영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이모씨는 "홍준표는 머 끽해야 10% 아이겠나. 부산도 그동안 철저한 여당이었지만 이젠 식상한기라"라며 "경남지사 하면서 진주의료원 문제나 무상급식 안하는 바람에 40~50대 사이 학부모들이 홍준표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반면 50대 오모씨는 "홍준표는 적어도 말은 안 바꿔서 좋다. 카리스마도 있고, 경남 빚 다 갚은 거 보면 그 사람도 대단한 사람"이라며 "말 많이 바꾸는 문재인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 유승민 의원에 대해선 무관심 또는 아쉬움이 지배적이었다.

해운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박모씨는 "바른정당? 정당은 좋게 본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유승민은 별로"라며 "그 사람이 배신자는 아니다. 근데 나는 오히려 김무성 그 사람이 안됐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에서 만난 40대 이모씨도 "홍준표 나가봐야 깨질낀데"라며 "유승민이요? 그사람은 와봐야 모 됩니까. 관심이 없어요. 부산에선 유승민 잘 몰라요"라고 잘라 말했다.

hjkim0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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