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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사라지지 않는 개고기 도축.유통 성남 모란시장---성남시 철거조치에도 도축여전---곳곳에서 개잡는 소리,분뇨 등 악취로 눈살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7 15:58

수정 2017.03.27 15:58

-생계 대책 없는 강제 철거---상인들도 불만 폭발 직전
-내국인보다 외국인 고객 많은 것도 전업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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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모란시장의 한 개고기 판매 업소에 지난 23일 개들이 좁은 철창에 갖혀 도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경기 성남 모란시장의 한 개고기 판매 업소에 지난 23일 개들이 좁은 철창에 갖혀 도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지난 23일 오후 3시 전국 최대의 개고기 유통시장인 경기 성남 모란시장. 성남시가 개 도축시설 철거에 나선지 한달이 지났지만 개 도축과 개고기 판매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성남시는 지난해 7월 11개 부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 도축시설 철거를 골자로 하는 모란시장 재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10여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22곳의 개고기 판매업소 중 15곳과 도축 중단에 합의하고 지난달 27일 철거에 나섰다. 그러나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 간 환경정비 업무협약은 개 보관장 및 도축시설 정비에 국한돼 많은 상가 앞에는 여전히 개고기가 진열돼 있었다.
성남시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업소에서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개를 전시하고 도축하고 있었다. 성남시의 재정비 정책을 둘러싸고 업소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개잡는 소리·악취 등 여전
이날은 평일 오후시간대로 모란시장의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그러나 개를 비롯한 동물의 분뇨 냄새와 도축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로 인한 악취는 진동했다. 시장에서는 자진철거에 반대하는 업소들이 여전히 개를 현장에서 도축 및 전시하고 있다. 태어난지 5~6개월가량 된 개들은 겁에 질린채 좁은 철창 안에서 도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안에는 음식물 잔반과 녹조 낀 물이 전부였다. 업소 한켠 가림막 뒤에서는 개를 도축하는 소리도 간간히 들려왔고 근처에는 쥐 사체도 눈에 띄었다.

성남시의 재정비에 반대하는 한 상인은 "살아있는 개를 전시하지 않으면 장사하기 어렵다"며 "손님의 70%가 중국인과 동남아시아인데 이들은 살아있는 개가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살아있는 개를 직접 보고 고르는 것이 모란시장의 강점인데 이런 점을 없애라고 하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남시는 업자들에게 이달말까지 유예기간을 주며 영업망 정리, 업종 전환 등의 수순을 밟을 것을 요구한 상태다.하지만 이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상인 "생계대책 없는 철수 강요 반대"
성남시의 정책으로 시장을 찾던 손님들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한적한 모란시장에서는 일부 손님들이 철장 안의 개들을 살펴보거나 일부 거래 식당에서 트럭째 고기를 사갈 뿐 시끌벅적한 '장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성남시는 상인들에게 △건물주와의 재계약 유도 △업종전환 자금 저금리 알선 △교육·컨설팅과 경영마케팅 사업 지원 △종사자 맞춤형 취업 알선 △시 소유 공실 점포 입주권 부여 △비 가림막·간판·보행로 등 환경정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소들은 근본적인 생계 대책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철거에 반대하는 한 상인은 "언론에서 개도축시설 철거 소식이 언급되면서 모란 개고기 시장이 아예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손님들도 많다"며 "이전에는 한집에서 하루에 100마리도 잡았으나 이제는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자진철거에 합의한 업소들은 대부분 건강원을 운영해 개가 아니어도 토끼나 염소 등을 판매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평생 개고기만 팔아왔고 나이가 들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남시는 나머지 7곳도 점차 영업망 정리, 업종 전환 등의 단계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도축 시설의 '수평이동'을 요구하며 굽히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업소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반대 입장의 한 상인은 "건물주들은 분명 개발이익을 누리기 위해 철거를 강행한 것이다. 최근에 건물 리모델링도 진행한 것으로 봐선 은밀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성남시의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며 "당장 월세가 500만원인데 비가림막과 도로 포장을 해줘도 장사를 못하면 생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며 꼬집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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