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진통 끝에 1984년 12월 양국이 맺은 홍콩 반환협정에는 50년간 자본주의를 유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반환 20년째인 2017년 홍콩인의 총투표로 지도자(행정장관)를 선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직접선거로 홍콩 정부 수반을 뽑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155년 영국 지배기에는 여왕이 임명한 총독 28명이 홍콩을 통치했다.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인단(선거위원회) 선거, 즉 간접선거로 선출한다. 중국 정부는 구미에 맞는 사람을 당선시켜왔다. 초대장관 둥젠화는 단독 출마로 연임까지 했다. 2대 장관 도널드 창은 2007년 연임 때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당선됐다. 그러나 직접선거에는 진전이 없었다.
약속한 직접선거 시한이 다가오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14년 8월 새로운 선거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1200명 선거위원의 절반 이상 동의를 얻은 인사(친중 인사) 2~3명을 대상으로 직선을 실시해 행정장관을 뽑겠다는 것이었다. 홍콩 시민들이 "이게 무슨 직선제냐"며 들고 일어섰으니 이것이 유명한 '우산혁명'이다. 시민들의 시위는 강제 진압됐고, 직선제 아닌 직선제 개편안도 결국 입법회에서 부결됐다.
26일 간접선거로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예상대로 친중파인 캐리 람 전 정무사장(총리)이 64% 지지율로 당선됐다. 여론조사에서 52%의 지지를 얻었던 존 창 전 재정사장(재무장관)은 31%를 얻는 데 그쳤다. '체육관 선거'의 역설이다. 람은 우산혁명에 참가한 시민 1000여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해 중국 당국의 신임을 얻었다. 그의 당선에 홍콩 시민의 실망감은 컸다. 홍콩 도심에서 1000여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람 행정장관의 앞길이 험난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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