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충청, 반기문 중도 낙마에 실망.. "선거요? 아무도 얘기 안해요"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7 18:06

수정 2017.03.27 18:06

(4) 중원을 잡아야 승리한다, 충청
문재인 지지
나라꼴이 너무 처참해 이번엔 민주당 찍겠다
안철수 지지
文, 필요없으면 버리는 사람.. 민주당 싫어 국민의당으로
안희정 지지
본선에만 나오면 찍을 것.. 도지사 하면서 보니 똑똑해
그래도 보수
후보들이 다 고만고만.. 단일후보 나오면 찍을 것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충청, 반기문 중도 낙마에 실망.. "선거요? 아무도 얘기 안해요"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충청, 반기문 중도 낙마에 실망.. "선거요? 아무도 얘기 안해요"

【 청주.대전=심형준 기자】 "선거요? 아무도 선거 얘기 안해요. 한쪽은 나라를 이 지경 만들고 다른 쪽은 권력만 잡겠다고 하고."

26, 27일 청주와 대전에서 만난 충청권 민심은 아직 대선후보 결정을 유보하고 있었다.

특정후보 몇몇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정권교체론'도 '인물론'도 뚜렷하지 않았다. 아직 각당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데다 탄핵사태를 전후해 이어지고 있는 정치불신도 원인으로 보였다.

■반기문 상처, 박근혜 전 대통령 실망감 아직 자리잡아

충청권 표심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탄핵사태 이후 거센 정권교체 바람도 영향이지만 여기에 맞설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보였다.

특히 충청 출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낙마에 대한 상처가 깊어 보였고 충남보다는 충북에서 더 아쉬움이 많아 보였다.

26일 청주 가경동 터미널 앞에서 만난 18년 택시기사 경력의 김모씨(52)는 "반기문 총장 나왔을 때는 청주 사람 10명이면 8명이 반겼는데 그 양반에게 아직 정치가 너무 이른 것이었는지 상처만 받고 돌아갔다"고 했다.


자신의 고향에서 나온 인물이 중도 낙마한 데 대한 실망감이었다.

청주 최대 전통시장인 육거리시장. 오후 7시 초저녁인데도 벌써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 컴컴한 시장 통로에 손님은 손을 꼽을 정도였다. 경기 탓인지 상인들은 말붙이는 것조차 반기지 않았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우모씨(62)는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했던 김종필씨 등은 충남 사람이었는데 반 총장은 그나마 처음 나온 충북 사람이었다"며 아쉽다고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우리 고향 사람도 아니고 크게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 대행이 대통령 나오면 누가 심판을 보느냐"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충북 음성이 고향이지만 청주와 가까운 충주에서 주로 학교를 나왔다. 고등학교는 충주고를 나왔다. 반 전 총장 낙마로 인한 상처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커 보였다. 그래서 대선을 40여일 앞두고도 50∼60대 표심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 "문재인 찍겠다"…"문재인 본선 나올땐 안철수 찍을 것"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20∼30대에서 특히 많았다. 길에서 만난 10명 중에 7명이 문 전 대표을 찍겠다거나 당연히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27일 오전 대전시 복합터미널 앞에서 만난 대학생 진모씨(23)는 "나라 꼴이 너무 처참하다. 그래서 이번에 문재인 후보 찍겠다"고 했다.

카페촌 거리 봉명동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29)도 "박근혜정부는 기대했는데 해놓은 게 없다. 찍는다면 민주당밖에 없다"며 "직장 오래 다니고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본선에서 후보가 되면 다른 후보를 찍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가수원동에서 만난 카페 아르바이트 대학생 이모씨는 "이재명 시장 찍으려고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했는데 친구들이 다 문재인은 안 찍는다더라"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말을 자주 바꾸는 것이 싫다고 한다"고 했다.

택시 기사 장모씨(51)는 "사람 필요할 때 끌어다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사람이다.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대표의 잇단 탈당 과정을 두고 하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싫어서 국민의당을 찍겠다는 답변도 많았다.

대전역에거 만난 분식집 주인 김모씨(38)는 "지난 대선에는 안철수 대표에게 기대도 많았는데 잘 못하더라"며 "그래도 민주당이 싫어서 국민의당을 찍겠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서는 "본선에 나오면 찍겠지만 경선에서 올라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물론 보수층에서도 안 지사가 본선에만 진출하면 찍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시대가 바뀌어 안희정 지사 같은 젊은층이 나와야 세상이 바뀐다는 이유였다.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유모씨(42)는 "안희정 지사가 반드시 나왔으면 한다"며 "생각도 유연하고 충남 지사 하면서 보니 똑똑하더라"고 했다.

■"보수 후보 너무 고만고만해" "보수 단일화하면 찍겠다"

택시기사 한모씨(66)는 여권 성향 보수정당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가 고만고만해서 찍을 후보가 없다"면서도 그래도 투표소에 가겠느냐는 질문에는 "단일후보가 나오면 찍겠다"고 했다.

바른정당에 대해선 "아직은 이름 아는 사람도 드물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번 대선이 20∼40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문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청권의 캐스팅보트는 50대 이상 샤이 보수들이고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 여부로 좁혀진다.

거리에서 만난 10명의 택시기사는 연령이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다. 이들 중 7명이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거나 안철수 전 대표를 찍는다고 했다. 보수후보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중앙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진모씨(63)도 "법을 잘 모르지만 탄핵 이후 60일 만에 후보를 뽑는 게 말이 되느냐.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데 너무 시간이 짧다"며 "검증도 해야 하고 다른 사람도 나올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수정치권 분열에 갈 곳을 몰라하면서도 조기대선으로 촉박한 대선일정에는 불만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충청권의 표심은 아직 선택을 미룬 채 고민을 하고 있었다.

cerju@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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