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공짜 복지는 없다

지령 5000호 이벤트
제19대 대통령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연일 각 당 후보들의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요인은 각 후보별 '좋은 공약, 나쁜 공약'(포퓰리즘 공약)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유력 후보들은 수십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달콤한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으나 복지공약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마련 조세공약은 부실하기 그지없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몇 년 전 논란이 됐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발언을 상기해볼 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구체적인 조세공약과 복지공약의 '수입.지출 추계금액'을 함께 제시해 유권자로부터 그 실현 가능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이 당선을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空約)을 가지고 표를 얻지 못하도록 복지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미리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수입의 기본인 세금 증세액과 복지지출 예상금액을 대차대조표 형식으로 공개해 유권자가 올바르게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의원입법을 제안할 경우 사전에 예상되는 재정 소요금액 추계와 이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도 후보별로 복지공약의 향후 10년 동안 연도별로 예상되는 추계금액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세금징수 방안, 국채발행 규모, 연도별 재정적자 규모 등을 함께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대로 예상되며, 앞으로도 1~2%대 저성장의 고착화 등 악화되는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들의 복지공약 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있다.

따라서 유권자가 투표 전 복지공약으로 인해 본인과 자손들이 부담할 세금부담 증가 규모와 무슨 세금을 추가로 더 부담할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하고, 이런 세금부담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복지공약을 지지할 것인지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올해는 방송이나 신문사 등 언론사가 주최하는 정책 토론회 또는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복지공약 지출액과 세금징수액 추계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토록 촉구하고, 추후 입법 과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다.

세계 각국이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등에서 돌아다니는 '가짜 뉴스' 추방에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나쁜 공약' 추방에 노력, 훌륭한 대통령을 선출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선거부터 유권자는 후보별 정책 내용이 아니라 언론사 발표 여론조사 지지율로 후보를 결정하는 '깜깜이 선거'를 피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성공할 수 있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실패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도입해 무분별한 포퓰리즘 공약을 추방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특히 현재와 같은 4당 체제 국회에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소수여당이 제안한 증세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고려할 때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복지공약 실행을 위한 세금증가 규모 등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대선 후보들은 총론에서 개혁과 적폐청산을 주장하지만 각론에서 증세, 공공부문 개혁, 노동 개혁 등과 같은 유권자의 고통이나 희생을 요구하는 개혁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공짜 복지와 공짜 개혁은 없다"는 진리를 우리 유권자가 되새겨 들어야겠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